개인 최대주주 등극… 책임경영 의지실적 '악화일로'… 비상경영유증 이어 대규모 인력 전환 진행… '리더십' 시험대
  • ▲ 정명림 현대일렉트릭 대표.ⓒ현대일렉트릭
    ▲ 정명림 현대일렉트릭 대표.ⓒ현대일렉트릭
    정명림 현대일렉트릭 대표가 회사 경영정상화를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잇따른 자사주 매입을 통해 개인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정 대표는 전날 장내매수를 통해 보통주 5000주를 취득했다. 취득 금액은 주당 평균 8573원으로 총 4286만원이다. 정 대표의 자사주 매입은 지난 22일에 이어 두번째다.

    지분율은 0.02%로 미미하지만 오너 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을 제치고 개인 최대 주주가 됐다.

    업계에서는 정 대표가 취임 이후 처음 실시한 유증에 직접 참여하면서 경영정상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의 전기전자시스템 사업부문이 인적분할 돼 설립된 회사로 발전설비, 송변전설비, 배전설비, 전력제어기기 등을 제조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주력제품인 변압기 시장에서 세계 5위, 국내 1위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분할 첫해 흑자를 기록한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조선업 시황이 부진한데다 국내 발전·송배전 투자 감소와 중동 수주 부진,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이슈 등 악재가 겹치면서 실적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현대일렉트릭은 지난해 연결기준 100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1분기 320억원, 2분기에는 80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유상증자도 이같은 배경에서 이뤄졌다. 앞서 현대일렉트릭은 지난 9월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1500억원 규모의 자산매각을 실시하기로 했다. 유상증자는 구주주 청약 후 일반 공모방식으로 진행되며, 할인율은 20% 적용된다.

    현대중공업지주도 현대일렉트릭의 유상증자 청약 배정주식에 120%까지 참여하기로 했다. 정 대표는 당시 "회사를 살리기 위해 뼈를 깎는 심정으로 희망퇴직을 포함한 모든 자구노력을 시행하려 한다"며 "고정비 상승폭이 커 수주 경쟁력 저하가 확대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상증자에 이어 대규모 인력 전환도 진행 중이다. 현대일렉트릭은 다음달부터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로 인력 재배치에 들어간다. 앞서 진행한 부서 통폐합과 그룹 전환사 전환 배치 등 자구노력에도 또 한번 인력재배치에 나서면서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이다. 

    이번 현대중공업그룹 정기 인사에서도 현대일렉트릭만 제외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대부분의 계열사 대표이사를 유임시키고 신규임원을 발탁하는 인사를 단행했지만, 현대일렉트릭은 이번 인사에서 단 한 명의 승진자도 나오지 못했다.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이와 관련 "(현대일렉트릭의 경우) 한달 전에 이미 책임을 다 물었고, 선제적으로 고강도의 인사를 진행했다"면서 "현재 조선 계열사로 인력 재배치 중"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의 리더십도 본격 시험대에 오르는 모습이다. 정 대표는 지난해 8월 현대일렉트릭 실적 개선을 위해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그는 1983년 현대중공업 전기전자시스템사업본부에 입사해 30여년간 고압 차단기와 변압기 설계·생산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현대일렉트릭의 경영정상화 작업의 성공 여부에 따라 정 대표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 측은 보고서를 통해 "현대일렉트릭은 과거 대비 낮은 수주잔고 수준과 불리한 시장환경 등을 감안시 단기간 내 실적 회복 여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높은 수준의 고정비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중단기적으로 영업수익성의 본격적인 회복도 다소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