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울릉도 곳곳 식당서 오징어 판매 중단성어기지만 지난해 비해 어획량 10% 수준어민들, 정부상대로 대책 마련 촉구 "중국 어선 막아달라"
-
"팔고 싶어도 없다. 울릉도 오징어 씨가 말라버렸다 아닙니까. 관광시즌은 끝나긴 했는데 오징어 찾는 손님들 오늘도 세 팀이나 전화왔어요. 울릉도 오징어 그거 다 옛말입니다."지난 24일 점심께 찾은 울릉도 저동항 앞 A 식당. 주인 B씨는 마지막 남은 오징어라며 '오삼 불고기'를 내줬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상술인가 싶었는데 금새 전화가 걸려왔다.단골 손님의 예약 전화를 받은 B씨는 "오징어 없다! 저녁 예약 3인분 빼고 아예 없다. 찜 먹어라. 아이고 예약한 걸 어떻게 빼주노!"라고 다그쳤다. 이어 가게로 들어온 손님들이 오징어 불고기를 주문하자 "오징어 없는데, 찜 먹어라. 가마도 맛있고 코다리도 괜찮다"라고 연신 다른 메뉴를 권했다. 결국 손님들은 대구가마찜 중자를 시켜야했다.오징어의 성어기는 7월부터 11월. 통상 11월말까지는 오징어 어획량이 많았어야 했지만 울릉도 주민들은 올해 심각할 정도로 오징어가 잡히지 않았다고 고개를 저었다.
식당 직원 C씨는 "올해도 이런데 내년에는 더 심하지 않겠나"라며 "울릉도 정말 큰일이다"라고 호소했다.지난 주말 동해상의 풍랑주의보로 발이 묶여, 26일 오후 배로 나오는 동안까지 오징어 어선 역시 항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저동항 곳곳에는 '북한수역에 싹쓸이하는 중국어선 때문에 울릉도 어민 다 죽는다!', '중국어선 막아달라! 14년 외쳤는데 정부는 나 몰라 하나', '울릉도 오징어 못 지킨 정부 울릉도 어민의 생계를 보장하라!' 등의 플랜카드가 걸려있었다. -
저동항에서 만난 어민 D씨는 "일단 현재는 오징어 배가 못나가는 것도 맞고, 나가면 뭐하나"라며 "중국 어선이 오징어 오는 길목에서 새끼까지 다 잡아들여버렸다"고 말했다.주말부터 이곳 저동항 앞 울릉 오징어 회센타를 비롯해 횟집 곳곳을 돌아다녀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오징어는 없다"라는 말뿐이었다. 도동항 앞도 마찬가지인 상황. 도동항 앞 횟집을 운영하는 E씨는 "지금 울릉도에 오징어 있는 집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실제 울릉군수협에 따르면, 오징어 성어기인 9월에서 11월(25일까지 집계) 사이 오징어 어획량은 30t(2억3000만원어치)로 지난해 같은 기간(345t, 36억4500만원)에 비해 10% 수준으로 줄었다.2017년 성어기 602t(58억원)의 어획량과 비교하면 2년만에 5%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울릉도 오징어 위판량은 2004년 4671t, 2010년 2898t, 2013년 1774t, 지난해 750t으로 급감했으며 올해는 지난 24일 기준으로 491t으로 폭락했다.
-
지구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자연적인 오징어 어획량 감소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더 심각한 것은 중국 어선의 무차별 남획이다. 북쪽 동해에서 오징어를 먼저 건져올리는 중국 어선이 울릉도로 내려오는 길목을 막고 무차별적으로 오징어를 잡아들인다는 것이다.특히 어민들은 중국 어선들이 채낚기로 오징어를 잡지 않고 그물코가 멸치를 잡을 정도의 촘촘한 쌍끌이로 오징어 회유 길목인 북한수역에서 모조리 잡아 남하할 것이 아예 없다고 호소한다.울릉군이 조사한 중국어선의 북한수역 오징어 어획량은 2010년 17만3340t에서 2016년 27만1352t으로 무려 56.5%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어선의 북한수역 조업은 2004년부터 시작됐으며 그해 140척이었으나 2010년 642척, 2013년 1326척, 2018년 2161척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1882척이 북한수역으로 들어간 가운데 992척만 남하하고 나머지는 조업 중이다.
-
이에 따라 울릉도 어민들은 정부를 상대로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김해수 울릉군 채낚기 연합회 회장은 “정부는 울릉도를 오징어 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2017년 12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2397호의 만장일치 통과에 따라 중국어선의 북한수역 조업 금지 조치가 이행되도록 하거나 해외 대체어장 개발, 어민수당 지급 등으로 어민들의 경영난을 해결하지 않으면 집단행동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