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5일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공개국내외·대중소 사업자 간 불공정 행위 해소 목표법적 구속력 미비 등 지적 잇따라… 규제 확대 우려도
  • ▲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정 방안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연찬모 기자
    ▲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 제정 방안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연찬모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ICT업계 최대 화두인 망 이용계약 논란 해소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글로벌 사업자들로 인해 국내 ISP(통신사업자), CP(콘텐츠사업자) 등에 피해가 지속되면서 정부가 직접 갈등 조정에 나선 것.

    다만 해당 가이드라인의 법적 구속력이 없을 뿐 아니라 일부 주관적 표현들로 인해 오히려 국내 사업자들에 대한 부담만 가중되는 등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통위는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안)'을 공개했다.

    이날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은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국내 시장을 잠식해오고 있으며 유튜부 등 OTT 플랫폼의 시장 영향력 강화로 향후 국내외 인터넷 트래픽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 ISP-CP 간 공정한 이용계약을 통해 국내 사업자들이 역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간 관련업계에선 인터넷망 이용과 관련해 국내외, 대중소 사업자 간 차별적 조건 등 불공정 행위와 이용자 보호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구체적으로 ▲국내외 CP의 차별적 망 이용계약 조건 ▲국내외 CP 간 역차별에 따른 국내 CP의 콘텐츠 경쟁력 약화 ▲국내 중소 CP에 대한 ISP의 불공정 계약 등이 망 이용계약과 관련한 주요 이슈다.

    이에 제1기 인터넷 상생발전협의회는 지난해 관련 가이드라인 제정을 방통위에 제안했고,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11월부터 공동으로 연구반을 구성,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해왔다. 올 7월부터는 가이드라인 내용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직접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수정안을 제2기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에서 논의했으며, 이날 처음으로 가이드라인 내용을 일반 대중에 공개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반상권 방통위 이용자정책총괄과장은 "정부는 망 이용과 관련해 사업자 간 사적 계약을 존중하며 시장 매커니즘에 의해 사업자 간 자율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이용자 피해 발생, 불공정 행위를 통한 시장 왜곡 등 시장 매케니즘이 작동하지 않는 제한된 상황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망 이용계약에 직접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망 이용계약 과정에서 사업자 간 불공정 행위 및 원칙과 절차의 이행 여부를 비롯 해당 과정에서의 이용자 피해 방지에 초점을 둔다는 것이 이번 가이드라인의 핵심 골자다.

    가장 핵심 사안인 망 이용계약 과정에서의 불공정행위 여부는 '인터넷망 구성 및 비용분담 구조', '콘텐츠 경쟁력 및 사업 전략 등 시장 상황', '대량구매·장기구매 등에 의한 할인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사업자 간 불공정행위 유형으로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특정 계약 수용을 강요하는 경우 ▲상대방이 제시한 안에 대해 불합리한 사유로 계약을 지연·거부하는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와의 망 이용계약 체결 및 거부를 요구하는 경우 등을 지목했다.

    이 밖에도 인터넷 트래픽 경로 변경이 및 트래픽 급증 등에 따라 이용자들의 콘텐츠 이용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는 경우 CP는 ISP에 관련 내용을 사전에 전달해야한다는 내용 등을 담아냈다.

    방통위 측은 과기정통부화 협의를 거친 후 연내 가이드라인을 위원회에 보고안건으로 상정, 최종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관련업계에선 정부가 개입을 최소화한 만큼 법적 구속력 약화 등을 근거로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에 잇따라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불분명한 용어 또는 주관적 표현으로 인해 규제 범위가 과도하게 확대되면서 오히려 국내 CP에 과도한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대외협력실장은 "망 이용계약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국내 통신사와 직접 이용계약을 맺지 않고 수익을 올리고 있는 해외 콘텐츠사업자에는 규제가 미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며 "가이드라인을 통한 문제 해결에 한계가 있는 만큼 관련 법·제도를 마련해 공정한 인터넷 이용환경이 조성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두고 국내외 CP 간 역차별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실효성이 없다"며 "'우월적 지위', '불합리한 사유', '현저히' 등 자의적이며 포괄적 해석이 가능한 용어가 다수 사용돼 또 다른 분쟁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가이드라인이 향후 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용자 편익 기준을 제시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보완과 개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듣고 조율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관련 협의체를 개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