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인상과 양도세 중과 폐지로 다주택자 집 처분 유도대출규제 전격 시행으로 현금 없인 집 살 수 없어지금 집 샀다간 '폭탄돌리기' 피해자 될 수도
  • ▲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 16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준 국세청장.ⓒ연합뉴스
    ▲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난 16일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준 국세청장.ⓒ연합뉴스

    정부가 내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와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보유세 폭탄' 카드 꺼내들며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청약가점이 낮고 현금여력이 부족한 무주택자들은 핵심지역으로의 진입이 사실상 힘들어 내집 마련의 꿈이 물 건너갔다는 자조가 나온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12·16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실수요자의 내집 마련 기회를 높이겠다는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무주택 서민 등 실수요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는 지난 16일 고강도 대출규제를 담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 이어 17일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방침대로라면 내년부터 다주택자에게는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폭탄'이 현실화된다.

    서울 강남권에서 20억원대 아파트를 두채 이상 갖고 있다면 내년에 내야 하는 보유세가 올해보다 2배이상 늘어난다. 1주택자라면 보유세 인상폭이 최대 50%로 제한되지만 다주택자는 고스란히 인상분을 납부해야 한다.

    예를들어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시세 23억5000만원) 한채를 갖고 있다면 내년에 보유세로 629만7000원을 내야 한다. 올해보다 최대 50%가 오른 금액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에 인근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시세 29억1000만원)까지 두채를 가진 다주택자는 올해보다 115.2%나 늘어난 6558만6000원을 보유세로 납부해야 한다. 정부가 보유세를 매길때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과 세율을 동시에 올리기로해 1주택자보다 무려 10배가 넘는 보유세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유세를 높이면서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인하해 다주택자들의 주택 처분을 유도하고 있다. 조정대상지역내 10년이상 보유한 주택을 양도할 경우 내년 6월까지 양도세 중과 적용을 면제해주기로 했다. 결국 세금폭탄을 맞지 않으려면 내년 6월까지 집을 팔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들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와도 고가 매물을 받아줄 수 있는 이들은 '현금부자'뿐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12·16대책을 통해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의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 주담대 한도를 담보인정비율(LTV) 40%에서 20%로 축소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시가 15억원 초과주택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전면 금지시켰다. 

    이에따라 서울 핵심지로 꼽히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으로의 진입은 현금을 충분히 들고 있는 매수 대기자들만 가능하게 됐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전용면적 84㎡ 기준 강남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6억원으로 서초·송파·마포·용산 등도 모두 9억원이 넘는다.

    대출을 받아 아파트 구입을 계획하던 이들은 주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을 이미 납부한 사실을 증명하거나 대출 신청접수를 완료하지 못하면 지난 17일부터 대출이 막히게 됐다. 결국 무주택 서민들은 선호도가 높은 지역의 주택시장 진입문턱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출 문턱을 높임으로서 충분한 자기자본이 없는 무주택자들을 절망적인 상황으로 끌고 갈 수 있다"며 "향후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주택들을 현금부자들이 독점화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최근 집값 고점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실수요자들이 '폭탄돌리기'의 최대 피해자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고강도 규제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집값 하락의 피해를 실수요자가 떠안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내년초 공시가격 인상 등에 따른 보유세 인상, 정부의 추가 대책 등의 변수를 고려하면 앞으로 서울 아파트값이 종전만큼 오르긴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 다주택자 매물이 쏟아진다고 해서 섣불리 담볐다간 '꼭지'에 물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