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호텔 수요 높아진 한국글로벌 호텔 브랜드도 대거 진입그랜드하얏트 서울 매각 이후 서울 호텔 매물 거래 활기 예상
  • 기해년(己亥年)이 저물고 있다. 올해 유통업계는 유난히 다사다난했다. 사상 최악의 실적으로 위기를 맞은 전통의 유통 회사들은 생존을 위해 모두 수장을 교체했고, 내실경영을 강화했다. 전례 없는 생존경쟁에 들어가며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것이다. 유통업계를 분야별로 나눠 2019년 이슈들을 되짚어 본다. <편집자 주>

    올해 호텔·레저업계에는 '워라밸' 트렌드가 이어지고 럭셔리 수요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프리미엄화'가 주요 화제로 대두됐다. 글로벌 호텔 브랜드들이 서울에 잇따라 진입하고 국내 호텔들 역시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돌파구를 찾는 한 해였다.

    ◇ 럭셔리 호텔 격전지 된 서울

    올해 서울, 그리고 한국에는 럭셔리 호텔 브랜드들이 대거 진입했다. 글로벌 호텔 브랜드들이 눈독을 들이는 시장으로 급부상 하기도 했다.

    지난 9월에는 글로벌 호텔 그룹 하얏트의 플래그십 호텔 '안다즈'가 한국에 상륙했다. 전세계 21번째 매장이자, 싱가포르·상하이·도쿄에 이은 아시아 4번째 개장이다.
  • ▲ ⓒ안다즈
    ▲ ⓒ안다즈
    한국은 몇 년전부터 이어진 '호캉스' 트렌드로 럭셔리 호텔 수요가 크게 높아지고 있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호텔 그룹들도 대거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선 것이다.

    메리어트인터내셔널도 '목시' 브랜드를 새로 한국에 도입했고, 파르나스호텔그룹도 나인트리 호텔 브랜드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아코르는 2020년 서울 여의도에 럭셔리 브랜드 '페어몬트'를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호텔신라는 최상위 럭셔리 호텔 급을 넘어서는 '어퍼 업스케일'급 호텔인 '신라모노그램'의 BI를 확정하며 글로벌 호텔 체인으로의 도약에 의지를 보였다.

    ◇ 그랜드하얏트 서울 매각 완료

    올해 '남산 하얏트', 그랜드 하얏트 서울이 새 주인을 찾았다. 국내 최고령 호텔 중 하나로, 1978년 오픈한 5성급 호텔이다. 홍콩계 투자 기업인 PAG와 서울에 기반을 둔 인마크 자산운용이 이끄는 컨소시엄이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을 인수했다.

    앞서 서울 그랜드하얏트은 지난 5월 주요 원매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서(티저레터)를 배포하는 등 본격적인 매각작업에 돌입했다. 매각 예비입찰에는 다수의 국내 기업과 해외펀드 등 총 10여곳이 참여했고, 최종 3곳이 예비인수후보자에 선정됐다. 국내 기업에서는 호반건설이 유일하게 포함됐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을 시작으로 서울 지역의 호텔 매물 거래는 활발해질 전망이다. JLL의 최근 글로벌 캐피털 흐름(Global Capital Flows)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은 올해 3분기까지 상업용 부동산 거래량 측면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유동적인 도시이다. 세계에서는 뉴욕, 파리에 이어 3번째이다. 
  • ▲ ⓒ그랜드하얏트 서울
    ▲ ⓒ그랜드하얏트 서울
    JLL의 예비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약 11억 달러로 평가되는 호텔 거래가 이뤄졌으며, 이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의 연평균 거래량의 3배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서울을 넘어서서 한국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주요 호텔 거래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 2019년 거래 규모가 13억 달러 상당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일본, 중국에 이어 서너번째로 활발한 거래 시장이 될 것이라고 JLL은 예측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건축된 많은 호텔 매물들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투자 기회가 많이 생기고 있다.

    ◇ 이부진 사장 숙원사업, 호텔신라 한옥호텔 건축심의 통과

    올해 서울 장충동 전통한옥호텔 건립 사업이 건축허가를 위한 마지막 관문인 건축심의를 통과했다. 서울시가 제17차 건축위원회를 개최한 후 해당 안건을 통과시킨 것은 지난 10월이다.

    호텔신라의 한옥호텔은 서울시 중구 장충로 2가 202외 17필지에 지하 3층~지상 2층 높이 전통호텔, 지하 4층~지상 2층 높이 면세점 등 부대시설, 지하 8층 부설주차장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이 사장이 2010년 취임과 동시에 추진했던 한옥 호텔 사업은 ‘4전5기’ 끝에 2016년 3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이후 2018년 1월 문화재청 심의를 통과하고 같은 해 9월 환경영향평가를, 올해 2월 교통영향평가를 각각 통과했다. 특히 이 사장은 심의 통과를 위해 한옥 호텔의 당초 계획안을 큰 폭으로 수정하면서 한옥 호텔 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호텔신라는 건축심의를 통과한만큼, 다음달부터 착공에 들어갈 전망이다. 본공사는 내년 초에 시작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 ▲ ⓒ호텔신라
    ▲ ⓒ호텔신라
    장충동 전통한옥호텔은 서울 최초의 한옥 호텔로서의 상징성은 물론 외국 귀빈들에게 한국 고유의 문화를 널리 알리는 역할도 수행하게 된다. 동시에 호텔신라의 브랜드 가치 상승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워라밸 트렌드 지속

    주52시간제 도입으로 인해 '워라밸' 트렌드는 올해에도 강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호텔, 레저 업계는 여유로운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이 해외보다 국내를 선호한다는 점에 착안, 각종 패키지 출시 등을 통해 국내 관광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특히 올해 상반기 국민여행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당일여행 횟수가 무려 23.6%나 증가했지만, 숙박여행 횟수는 2% 감소했다. 여행 관련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채널에서도 데이트, 피크닉 등 일상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활동에 대한 언급량이 증가했다. 짧고 부담 없이 가볍게 떠나는 여행이 올해 들어 증가한 것이다.

    ◇ '가지 않습니다' 일본 발 길 끊은 한국 관광객

    올해 7월부터 촉발된 한일 무역전쟁은 일본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다. 일본 제품을 불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본 여행을 자제하자는 목소리도 높아지면서 인기 여행지였던 일본행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속출, 일본행 항공편도 크게 줄어들었다.

    일본 관광국이 발표한 11월 방일 외국인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방문객은 20만5000명으로 전년 대비 65.1% 감소했다.

    티몬이 지난 11~12월 두 달 동안 항공권 발권 기준 매출 상위 10개 도시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일본이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일본은 최근 2~3년 동안 줄곧 겨울 인기 여행지로 통했다. 실제로 티몬의 작년 겨울 인기 여행지 순위에 오사카(2위), 후쿠오카(5위), 도쿄(8위) 등이 대거 포진해 있었다.

    일본을 찾지 않은 관광객들은 국내 여행을 선택하거나 베트남,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의 다른 국가로 여행을 떠났다. 실제 티몬이 집계한 결과에서도 나트랑(3위), 마카오(7위), 하노이(9위), 호치민(10위) 등 작년 순위권에 없던 도시들이 올해 새롭게 진입했다. 

    특히 일본 불매운동과 맞불려 또 다른 인기 여행지였던 홍콩도 민주화 시위 여파로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겼다. 이에 따라 베트남에서는 기존 하노이, 호치민과 다낭 등 다양한 지역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

    ◇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벨루가 자연 방류

    올해 레저업계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0월 벨루가 한마리가 폐사한 것이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에서 2014년 10월부터 서식하던 12살 수컷 벨루가 한 마리가 폐사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외부 전문가와 함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부검을 실시한 결과 사인을 패혈증으로 추정했다. 이어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남은 벨루가 한 마리(8살, 암컷)를 자연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 국내 영화관 프리미엄화 가속도

    수년전부터 지속되온 국내 영화관 프리미엄화가 올해도 역시 화두였다. CJ CGV는 프리미엄 상영관의 새로운 지평을 연 CGV씨네드쉐프 압구정에 대한 대대적인 리뉴얼을 마쳤다. 
  • ▲ ⓒCGV
    ▲ ⓒCGV
    프랑스어로 ‘쉐프가 있는 영화관’을 의미하는 CGV ‘씨네드쉐프(CINE de CHEF)’는 최고급 영화관과 트렌디한 레스토랑이 결합된 복합문화공간이다. 이번 리뉴얼로 CGV씨네드쉐프 압구정은 밝고 세련된 인테리어, 상영관 시설 강화, 쉐프의 감각이 돋보이는 차별화된 다이닝 메뉴 도입 등을 통해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CGV는 국내 최초 틸팅 스크린을 적용한 특별관 ‘스피어X(SphereX)’를 CGV송파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CJ CGV는 혁신적인 기술과의 결합을 통해 관객들이 더욱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2005년 CGV용산에 국내 최초로 ‘IMAX’를 도입한 이후, 세계 최초 오감 체험 특별관 ‘4DX’, 세계 최초 멀티 프로젝션 상영관 ‘스크린X’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한 상영관으로 관객들에게 더욱 풍성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롯데시네마 역시 플래그십 영화관인 롯데월드타워관에서 4년 연속 300만 관객 돌파라는 기록을 이끌어낸 한 해였다. 롯데시네마 월드타워는 세계 최대 스크린으로 인정받은 바 있는 ‘수퍼플렉스 G’, 세계 최초의 영사기 없는 상영관 ‘수퍼 S’ 등 적극적으로 신기술을 도입해 만들어낸 다양한 특수관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영화관 속 작은 펍 매장인 ‘클라우드 시네마 라운지’와 VR 전용 상영관인 ‘VR 퓨처시네마(VR FUTURE CINEMA)’ 등 다양한 편의시설 및 문화시설을 통해 다른 영화관과는 차별화된 경험을 선사해왔다.

    ◇ 유튜브 증가로 국내여행도 활기

    유튜브 채널 내 국내여행 관련 언급량은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2019년 1~3분기 국내여행 언급량은 약 8만20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2% 상승했다. 

    또한 국내여행 유튜버 중 개인 크리에이터가 차지하는 비율은 영상 기준 87%, 조회수 기준 75.7%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을 소개하는 소규모 크리에이터의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앞으로도 대형 콘텐츠 공급자보다 지역여행을 소재로 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강세가 꾸준히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 국내 여행사 1위 하나투어, 글로벌 여행 시장 공략

    국내 여행사 1위인 하나투어에게 올해는 글로벌 여행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한 해였다.

    하나투어는 올해 내내 차세대 플랫폼 '하나허브' 어플리케이션 준비에 사활을 걸었다. 현재는 어플리케이션을 가오픈, 통합 테스트를 진행 중인 단계다. 하나허브는 업계 체질 개선 전략으로 내놓은 전략이다.

    여기에 하나투어는 최근 1347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발행주식의 20% 규모를 유상증자하기로 하고, 제3자 배정 대상자로 국내 대표 PEF운용사 아이엠엠프라이빗에쿼티를 선정했다. 하나투어는 이번 증자를 통해 본격적으로 글로벌 여행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투자유치 이유를 밝혔다.

    하나투어는 신규 플랫폼 및 글로벌 OTA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상당 금액의 IT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새롭게 조달한 자금은 신규 컨텐츠 확보 및 상품 경쟁력 향상을 위한 글로벌 인프라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여행 구성 요소의 단순 유통을 넘어 현지의 컨텐츠에 직접 투자해 경쟁사가 판매하지 못하는 자체제작 여행상품을 유통시킴으로써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여행기업들과 경쟁하는 체계를 만들겠다는 설명이다.

    ◇ 호텔가 콜라보 열풍

    치열해진 호텔 식음전쟁은 콜라보 전쟁으로 이어졌다. 올해 국내 호텔들은 다양한 콜라보를 통해 투숙객 발길 잡기에 나섰다. 

    서울신라호텔은 이탈리안 럭셔리 가죽 액세서리 브랜드 ‘발렉스트라’와 ‘발렉스트라 아페리티보(Valextra Aperitivo)’를 출시했다. 이어 롯데호텔서울은 올 여름 이탈리아 유명 브랜드 '모스키노'와 콜라보레이션 빙수 프로모션 '2019 머스트 비 트로피컬'을 진행했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프랑스 프리미엄 슈즈 브랜드 레페토(repetto)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발레리나를 모티브로 한 ‘발롱드스윗 애프터눈티 with 레페토’를 선보였다. 이에 앞서 페트병 16개에서 뽑아낸 원사를 사용해 가방을 만드는 ’플리츠마마’와 콜라보를 통해 친환경 에코백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 호텔들이 식음 사업을 강화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져 더욱 새로운 컨셉을 강구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