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진' 광케이블, 5G 수요 증가 전망플렉서블 필름, 폴더블 핵심 소재… "최대 수혜"듀폰 아라미드 소송 합의금 등 재무건전성 저하 우려도
  • ▲ 서울 강서구 소재 코오롱인더스트리 본사. ⓒ연합뉴스
    ▲ 서울 강서구 소재 코오롱인더스트리 본사. ⓒ연합뉴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폴더블폰용 플렉서블 필름과 5G 광케이블 사업 부문을 바탕으로 '매출 5조 클럽'에 재진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독자 개발한 광케이블 제품 판로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편, 비교경쟁 우위에 있는 투명 폴리이미드(PI) 필름의 수익성 제고에 집중하면서다.

    다만 이들 부문의 실적이 본격 가시화되기 이전에 단행한 투자 등으로 인한 재무건전성 저하가 염려된다. 특히 차입구조가 단기화돼 단기 부족자금 발생 우려 등 유동성에 '경고등'이 켜졌다.

    10일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치 분석 결과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9년 매출 4조4884억원, 영업이익 2242억원의 영업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의 경우 전년 4조7525억원에 비해 5.5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은 1449억원에서 54.7%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다. 영업이익이 2016년 2767억원 이후 2000억원대로 다시 증가하면서 연간 영업이익률도 2016년 6.06% 이후 가장 높은 4.99%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영업이익이 올해(2496억원)와 내년(2769억원)에도 10% 이상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매출액도 2014년 5조3376억원 이후 6년 만에 '5조 클럽'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중기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지난해 적자 규모가 큰 원사사업 부문의 영업을 중단해 적자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필름 부문의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로 인한 흑자전환, 주력 사업 부문인 산업자재, 화학소재 부문의 우수한 제품경쟁력 및 기술력과 안정적인 이익창출력 등을 감안할 때 중단기적으로 우수한 수익성 유지가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필름 부문과 산업자재 부문 두 축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이후 외형이 확대된 산업자재 부문의 경우 2019년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14.8% 성장한 1047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며 올해는 1299억원으로 24.0%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국내 최초이자 세계 세 번째로 '헤라크론'이라는 아라미드 섬유를 독자적으로 개발, 생산하고 있다.

    '헤라크론'은 5G 이동통신 기술 상용화와 관련, 인프라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광케이블의 필수 소재다. 같은 중량의 철보다 인장강도가 다섯 배 강하고, 500℃가 넘는 온도에도 견디는 고강도·고탄성의 첨단섬유로, 광케이블을 비롯해 방탄복, 보호복, 타이어보강재 등에도 사용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헤라크론 생산라인 증설에 나섰다. 경북 구미공장의 생산라인을 올 1분기 완공을 목표로 증설, 종전 연 6000톤 수준에서 7500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번 증설로 2020년 헤라크론 매출액 2000억원 이상을 달성해 글로벌 메이커로 입지를 굳힐 예정이다.

    이동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증설은 산업용 고무보강재, 하이브리드 타이어코드, 광케이블 등을 제조하는 업체들의 수요 확대와 북미 시장 본격 진출 등 판로 확대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라며 "아라미드의 경우 대규모 증설이 제한된 가운데 5G 광케이블, 미국·유럽 신규 방탄 입찰 증가 등 수요 증가로 수급 타이트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히나 증설 분은 기존 라인에 비해 생산속도가 빠르고 고부가 제품 비중이 크다보니 실제 생산능력·매출액은 추가적으로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 ▲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투명PI필름. ⓒ코오롱인더스트리
    ▲ 코오롱인더스트리가 개발한 투명PI필름. ⓒ코오롱인더스트리

    필름 부문은 2019년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흑자전환한 데 이어 내년에는 16.1%가량 신장될 것으로 예상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20.4%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부터 투명 PI 필름 출하량을 본격 확대한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투명 PI 필름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화웨이, 모토로라 등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잇단 폴더블폰 출시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유리처럼 표면이 딱딱하면서도 수십만번 접었다 펴도 흠집이 남지 않아 기존 LCD 등의 덮개유리(커버글라스) 대체 필름으로 쓰인다.

    앞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017년 세계 최초로 투명 PI 필름 양산설비를 완공하고 연간 1000만대가량의 폴더블폰에 공급할 수 있는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스마트폰 시장조사업체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글로벌 폴더블폰 출하량을 지난해 320만대에서 올해 1360만대, 2021년 3040만대, 2022년 5010만대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일반 스마트폰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지만, 저조한 중국 OLED패널 수율 등을 고려하면 실제 필름 사용량은 폴더블폰 출하량에 비해 3~4배 이상 클 것으로 추정된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외 제조사들의 폴더블 스마트폰 출하량 가이던스가 상향되고 있는 가운데 투명 PI 필름 분야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보유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최대 수혜를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고부가 석유수지 증설도 진행 중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약 500억원을 투자해 2021년 1월까지 여수 석유수지 1만3000톤을 증설할 계획이다. 증설 완료시 석유수지 생산능력은 20만톤으로 증가하며 세계 2위 업체로 등극하는 동시에 석유수지로만 연간 7000억원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증설하는 석유수지는 독자기술로 개발 완료한 고순도 방향족계 석유수지(High Reactive Resin)다. HRR은 내열성과 내구성이 뛰어나 실란트, 타이어 및 자동차용 접착제 등 고성능 산업용 접착제로 높은 수요가 예상된다. 또 향후 2만톤의 추가 고부가 제품 증설을 검토하며 자동차용 소재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동욱 애널리스트는 "한국, 싱가포르, 대만 등 역내 경쟁사의 증설로 단기적으로 수첨수지 업황은 부정적인 상황이지만, 아시아 시장에서의 위생용품 수요 증가로 견고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아시아 수첨수지 시장은 2015~2020년 12% 수준의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 코오롱인더스트리 김천2공장. ⓒ연합뉴스
    ▲ 코오롱인더스트리 김천2공장. ⓒ연합뉴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저하된 재무건전성이다.

    일단 최근 주력 제품의 수익성 저하로 영업현금흐름이 축소된 상태다. 3분기 기준 영업이익은 2016년 2118억원, 2017년 1459억원, 2018년 1310억원 등으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여기에 지난해 상반기까지 듀폰과 아라미드 소송 관련 합의금(2억7500만달러) 및 벌금(8500만달러)을 지불하고, 마곡 미래기술원 건설(약 2600억원), 스판보드, CPI 설비(약 900억원) 및 베트남법인 타이어코드 증설 등에 설비투자를 집행하면서 2017년 이후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지 못하면서 차입금 커버리지 지표가 지속 상승하고 있다.

    실제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은 152%로, 전년 139%에 비해 13.0%p 급증했다. 2016년부터 3년간 이어지던 부채 상승세(2조9808억→3조2598억→3조3272억원)는 2019년(2조1545억원) 들어 꺾였으나, 자본이 10%가량 줄어들면서 비율이 증가했다. 차입금의존도(84.6%, 전년比 14.3%p) 역시 자본 감소에 따라 크게 늘었다.

    특히 2016년부터 이어지는 단기차입금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단기차입금은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으로, 이 기간 단기차입금이 47.7% 증가하면서 단기차입금 비중(59.4%)도 최근 5년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5년 평균 단기차입금 비중은 52.1%다.

    더군다나 유동성에 '경고등'까지 켜지면서 부담이 가중되면서 중·단기 투자소요 및 신규 설비 가동에 따른 운영자금 등을 감안할 때 단기 부족자금 발생이 우려된다.

    3분기 기준 유동비율은 2017년 이후 지속 악화(108→88.6→87.0%)되고 있다. 유동부채가 2014년 이후 5년 동안 꾸준히 증가한 여파로 보인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 역시 2016년 1340억원에서 2019년 662억원으로 3년새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반토막 났다.

    최중기 실장은 "올해 이후 1100억원 규모의 베트남 타이어코드 공장 추가 증설투자, 500억원 규모의 석유수지 증설 투자가 진행될 예정인 점, 신규설비 가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초기 운전자금 부담 등을 감안할 때 중단기적으로 비교적 높은 수준의 자금소요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그는 "12월 SKC코오롱PI의 지분 매각대금이 1분기 내 유입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재무안정성 저하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