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올해도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업종 경쟁력 강화 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힌 가운데 금투업계에도 소부장펀드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소부장 기업에 투자하는 공모펀드가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5일 골든브릿지자산운용·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은 국내 소재·부품·장비 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투자재간접 방식의 공모펀드를 출시했다. 나재철 금투협회장도 이날 ‘골든브릿지레인보우 중소성장기업증권 투자신탁’에 가입했다.
각 사모펀드는 소부장 기업(상장·비상장 포함)의 주식 및 메자닌 등에 펀드재산의 50% 이상을 분산 투자할 예정이다. 손실이 발생하면 사모운용사와 한국성장금융이 사모펀드별로 약 32.4%의 손실(제비용포함)을 우선 부담하게 되는 구조로 설계돼, 후순위로 참여하는 공모펀드 투자자는 개별 사모펀드 기준 약 30%의 손실이 발생할 때까지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환금성을 보완하기 위해 거래소에 펀드를 상장해 환매도 할 수 있게 했다.
금투업계 소부장펀드 행렬의 신호탄은 지난해 'NH아문디필승코리아펀드'가 쏘아올렸다.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펀드’는 문재인 대통령이 5000만원을 투자해 화제를 모았다.
이후 여타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도 적극적으로 소부장 관련 투자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국내 소부장 업종 핵심종목에 투자하는 '신한토러스 소부장 랩어카운트(종합자산관리)'를 지난달 선보였다. 토러스투자자문이 자문해 소재·부품·장비 업종 주식에 투자하는 서비스로, 정부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소재·부품·장비 업종의 단기 모멘텀에 투자했다.
지난 10월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코어테크펀드'를 선보였다. 국내 IT 관련 기업 중 핵심기술과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종목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다.
KB자산운용은 기존에 운용 중이던 '한반도신성장펀드'를 소부장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방향으로 리뉴얼했다.
금투업계가 경쟁적으로 소부장펀드를 출시하는 데에는 정부의 정책 지원 방향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불거진 한·일 무역 갈등 이후 소부장 기업에 지원 정책을 펼쳐온 정부는 올해도 내년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을 계속 추진한다고 밝혔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금속, 기초화학 등 6대 분야 100개 핵심 전략품목에 대한 공급 안정성을 조기에 확보하고 수요·공급 기업 간 협력사업을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강소기업 100개를 선정해 연구개발(R&D), 벤처 투자 등 최대 182억원을 지원하는 '소부장 강소기업 100 프로젝트' 계획을 밝혔다.
소부장 기업에 대한 이같은 정부의 정책 지원과 올해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수혜 기대감에 힘입어 관련 상품들의 선전도 이어지고 있다.
'NH아문디필승코리아펀드'는 1000억원 규모 펀드로 성장했고, 11%대 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미래에셋 코어테크펀드'도 개설 두 달 만에 설정액 300억원을 넘겼다.
'신한토러스 소부장랩'은 7영업일 만에 6.14%의 수익률을 올려 고객들의 요청에 따라 전액 상환됐다. 이에 따라 '신한 토러스 소부장 랩 2호'를 이달초 론칭했다.
손세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NH아문디 필승코리아펀드, 미래에셋자산운용 코어테크펀드, KB자산운용 한반도 신성장펀드와 더불어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에서 1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집행한다"면서 정부 정책 지원에 따라 소부장 분야 상장 강소기업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소부장 기업 성장에 대한 한계 우려와 더불어 지난 2018년 정부의 '코스닥 살리기' 슬로건 속에 대거 설정됐지만 사실상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는 코스닥벤처펀드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펀드 출시 3개월 만에 설정액이 3조원을 넘기는 돌풍 속에 운용업계에서도 잇따라 상품을 내놨지만 불과 1년여 만에 5000억원대로 급감하는 등 수익률 저하 및 운용자금 감소의 부작용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소부장 기업중 대다수가 국내외 대기업에 납품하는 공생 구조여서 실적변동성이 크다"면서 "정부에서는 매년 관제상품 판매를 독려하고 업계도 비슷한 상품들을 출시 하지만 인위적으로 만든 상품들이 얼마나 지속적으로 호응받고 수익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