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와 LG화학이 합작해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언론 보도를 통해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양사는 같은 듯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LG화학은 협력 대상을 현대차라 못 박은 반면 현대차는 확실한 주체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
든든한 수요처를 확보한 LG화학은 논의 단계일지라도 알려지는게 나쁘지 않다 판단했지만, 여러 배터리사와 미래 사업을 협력해야 하는 현대차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법인 설립 등을 포함한 여러 협력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법인은 5대5 지분율로, 투자액은 수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공장 부지는 충남 당진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지난 19일 언론 보도를 통해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양사는 조금은 결이 다른 해명을 내놓았다.
현대차는 "EV 전략과 연계하여 배터리 수급 안정을 위해 글로벌 배터리사들과의 다각적인 협력을 통해 수급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아직 특정업체와의 제휴는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LG화학은 "당사는 현대차와 다각적인 미래 협력방안들을 검토 중이나 전략적 제휴가 확정된 바는 없다"라고 해명했다.
"확정된 바 없다"란 대목에서 양사의 입장은 같다. 다만 현대차라고 언급한 LG화학과 달리 현대차는 그 주체를 LG화학이라 밝히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양사의 해명이 갈렸다 분석한다. 현대차란 대형 수요처를 확보한 LG화학 입장에선 현대차와의 협력을 알리는 것이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다. 반면 SK 등 여러 배터리사와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 현대차로선 이같은 소식이 다소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다행히 현대차는 최근 SK와 전기차 50만대분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따라서 LG화학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더라도 협력 관계는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조심스러워 하는 이유는 또 있다. 향후 합작사가 설립되면 인력 재배치가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부지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기상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신규 공장 설립과 같은 사안은 인력 재배치와 연관돼 있어, 현대차로서는 더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최근 자동차업계는 전동화 시대를 맞은 인력 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 역시 고용안정위원회를 설립해 인력 문제와 관련해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위원회는 지난해 10월 현대차가 전기차로 주력 모델을 전환할 경우 2025년까지 필요 인력이 약 40%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합작법인이 설립되면 현대차의 인력 재배치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확정 후 노조와 충분한 협의를 진행하려 했던 현대차로선 움츠러 들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는 최근 2019년 기준 9종인 전기차를 2025년까지 23개로 확대한다는 '2025 전략'을 발표했다. 따라서 양사의 협력은 전기차를 늘리려는 현대차와 배터리 공급처를 확대해야 하는 LG화학과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