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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신화를 이룬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명예회장이 마지막 눈을 감기 전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화해를 원했을 것이란 후일담이 눈길을 끈다.
22일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신격호 명예회장이 별세하기 직전을 회상하면서, 무의식 중에서도 형제들의 화해를 바라고 계셨던 것 같다고 입을 뗐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지난 19일 오후 4시 29분 서울아산병원에서 향년 99세로 별세했다. 약 12시간 전쯤 병원 주치의는 가족들에게 마지막을 준비하라면서 3~4시간 정도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본 출장 중이던 신동빈 회장은 이 소식을 듣고 급히 귀국 길에 올랐다. 병원에서 얘기해준 마지노선까지 신동빈 회장이 도착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장녀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다른 가족들은 이미 신격호 명예회장 곁을 지키고 있었다.
신격호 명예회장은 무의식 중에서도 마지막까지 죽음과 싸우며 신 회장을 기다렸다.
결국 19일 오후 3시30분쯤 병원에 도착한 신 회장은 가족들과 함께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봤다. 자칫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고 천추의 한이 될 뻔했던 신 회장은 그렇게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켜볼 수 있었다. 아들의 목소리를 들은 신 명예회장은 1시간쯤 지나서 눈을 감았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신격호 명예회장이 무의식 중에서도 12시간을 넘게 버티며 신동빈 회장을 기다리신 것 같다”며 “의식이 있었다면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화해를 당부하며 두 사람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빈소에서도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공동 상주로서 조문객들을 맞았다. 신 전 부회장의 아들 신정열씨와 신 회장의 아들 신유열씨도 함께 자리를 지켰다.
재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당장 형제가 화해할 것으로 보지는 않지만, 화해 무드가 조성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는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한편, 지난 2015년부터 형제간의 갈등이 시작됐고, 이른바 형제의 난이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신동빈 회장이 원리더로서 자리를 잡았지만,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은 승산없는 경영권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