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공 경제수석 지낸 최측근"차용증 아닌 약속어음"당시 SK 2인자 손길승도 "증표용 어음 준 것"노태우 비자금 과세 논란 새국면노소영측 재산형성 근거도 흔들릴 판
  • ▲ 유튜브채널 '어벤저스 전략회의'ⓒ유튜브 캡쳐
    ▲ 유튜브채널 '어벤저스 전략회의'ⓒ유튜브 캡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 돌입한 가운데 핵심 쟁점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실체가 드러날지 주목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번 상고심 핵심 쟁점은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남긴 메모의 진위 여부다. 두 장의 메모에는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과 300억원이란 단어가 적혀있다. 2심 재판부는 이를 두고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선경으로 흘러들어갔고, 현재의 최 회장 재산을 형성하는데 기여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유튜브 채널 '어벤저스 전략회의'에서 최근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이 자금은 선경건설 명의로 건네진 노 전 대통령의 노후자금이라고 주장했다. '받았다'는 의미인 차용증과 달리 '주겠다'는 약속어음의 의미라는 것이다.

    이 논설위원은 이 같은 내용을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취재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은 6공화국 시절 보건사회부 장관, 청와대 경제수석, 민자당 비례대표를 지내는 등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로 꼽힌다.

    김 전 위원장은 "노태우 자금 문제를 관리하는 이원조씨가 있는데 사돈기업에게 통치자금 이야기를 해서 (선경에서 노태우측에) 꾸준히 줬다"면서 "그런데 노태우 대통령 측에서 퇴임 이후에도 이게 과연 제대로 줄 것인지 의문이 있어 이를 확약하는 증표를 달라고 해서 어음을 내준 것"이라고 설명한다.

    당시 SK그룹 2인자였던 손길승 명예회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심부름을 하던 이원조 경제비서관이 노 대통령 퇴임 이후 지낼 거처와 생활비 등을 요구해 일단 생활비 명목으로 매월 전달했다"며 "정권 말이 되니 퇴임 후에도 지속 제공하겠다는 증표를 달라고 요구해 어음으로 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해당 어음 발행일은 노 대통령의 퇴임 이틀 전인 1992년 12월이다.

    한편 약속어음 300억원의 존재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노 전 대통령의 은닉한 재산이 공개됐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1998년 작성됐다는 '김옥숙 메모'에는 선경 300억원 외에도 여러 실명과 금액들이 쓰여있고, 이를 합치면 904억원에 달한다. 국세청은 불법 통치자금에 대한 과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밝힌 비자금 규모는 46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기업들에게 뇌물로 받은 2682억은 추징됐지만, 나머지는 환수되지 않았다. 이번 재판을 통해 '김옥숙 메모'의 퍼즐이 맞춰질지 주목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