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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에 '절반의 성공'이 어딨습니까? 임상시험이 보통 한두번에 성공하긴 힘드니 비록 이번에 실패했지만 한번 더 (임상 3상에) 도전해보겠다고 표현하는 게 맞죠."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한올바이오파마의 안구건조증 신약 'HL036'의 임상 3상 결과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한올바이오파마가 대웅제약과 공동 개발한 HL036의 글로벌 임상 3상의 톱라인 결과, 1차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까지만 해도 한올바이오파마는 HL036의 임상 3상 결과가 '성공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불과 닷새 만에 성공적이라던 임상 3상 결과가 실패인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미국의 안과전문 CRO(Contract Reseach Organization)인 오라(Ora)를 통해 미국 전역 12개 임상기관에서 총 637명을 대상으로 HL036의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했다. 이번 임상 3상의 유효성 1차평가지표로는 객관적 지표인 하부각막염색지수(ICSS)와 주관적 지표인 안구불편감지수(ODS)로 설정됐다.
지난 21일 열린 한올바이오파마 기자간담회 질의응답 시간에 한 기자는 "결과적으로 보면 객관적 지표인 ICSS나 주관적 증세인 ODS 둘다 사실상 목표치에 달성하지 못해서 실패"라며 "다국적 제약사들은 보통 이런 탑라인 결과가 나오면 통계적으로 유의성이 없다고 발표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한올바이오파마가 통계적으로 유의성이 있는 임상 결과가 나온 것처럼 발표해 혼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일침을 놓은 것이다.
이 같은 임상 결과에 대해 한올바이오파마는 2차평가지표인 중앙각막염색지수(CCSS)와 전체각막염색지수(TCSS)가 1차평가지표인 ICSS보다 의미 있는 지표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번에 좋은 수치가 나온 2차평가지표 위주로 두 번째 임상 3상을 디자인해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하겠다는 게 한올바이오파마의 계획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올바이오파마가 보인 기만적인 태도다. 한올바이오파마는 2차평가지표인 CCSS(p=00.0239)와 TCSS(p=0.0452)의 p값은 공개하면서도 정작 1차평가지표인 ICSS의 p값은 공개하지도 않았다. 또 다른 1차평가지표인 ODS의 경우에는 혼동을 부추기는 표현을 사용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ODS에선 HL036 0.25%는 투약 시작 후 2주(p=0.0624)와 4주(p=0.0570)에서 위약군 대비 현저한 개선 효과를 보였으나 8주에선 통계적 유의성(p<0.05)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했다.
뉴데일리는 2주와 4주의 p값이 0.5보다 높은데도 '위약군 대비 현저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라고 표현한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박승국 한올바이오파마 대표에게 물어봤다. 이에 박 대표는 "0.5 근방에 도달하면 통계적 유의성에 도달하진 않았지만 현저한 개선 효과가 있다고 한다"며 "보통 그렇게 표현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 같은 표현이 바이오 업계에선 관용적으로 쓰이는 것인지 확인해보자 업계 관계자들은 '금시초문'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와 언론, 업계를 얼마나 우습게 보면 저런 표현을 쓰겠나"라고 분노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박 대표는 "글로벌 빅파마도 기본적으로 안구건조증 치료제 임상 3상을 2~3번 진행한다"며 두 번째 임상 3상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은 일인 것처럼 넘어갔다. 사실 두 번째 임상 3상이라는 표현도 이상한 것은 매한가지다. 정확히는 이번에 임상 3상을 실패했기 때문에 임상 3상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해 진행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아무리 임상 3상 실패 결과를 감추고 싶다고 해도 진실은 금방 드러나기 마련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눈가리고 아웅'하기보다는 임상 실패를 겸허히 인정하고 정직한 기업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적어도 실패는 할지언정 도덕성까진 잃지 말아야 할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