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현황 및 대미 관세' 현안 긴급 간담회삼성·SK·현대차·한화오션 등 기업 의견 청취공급 불안 → 생산 차질, 유가상승 → 전기료 인상 도미노
  • ▲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동 현안 관련 긴급 간담회' 현장ⓒ뉴데일리
    ▲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동 현안 관련 긴급 간담회' 현장ⓒ뉴데일리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맞이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 중동 정세가 장기화될 경우, 우리나라가 약 90%를 중동 지역에서 조달하는 반도체 핵심 소재의 공급이 불안정해져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5일 민주당은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중동 현황 및 대미 관세' 현안 긴급 간담회를 열고 재계와 애로사항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경제인협회, 한국무역협회, KOTRA를 비롯해 윤영조 삼성전자 부사장, 이항수 현대자동차 부사장,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 오태길 HD현대오일뱅크 부사장 등 재계 측 관계자들도 자리했다.

    반도체 업계는 칼륨 등 반도체 핵심 소재 일부를 중동 지역에서 90%가량 조달하고 있는 만큼, 공급 차질 시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영조 삼성전자 부사장은 “현재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현재 유가 상승이 국내 전기요금 인상으로 연결될 경우 제품 단가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재 봉쇄된 호르무즈 해협은 한국 원유의 약 70%, LNG의 20%가 지나가는 주요 에너지 수송로다.

    중동 지역 데이터센터 투자 차질 가능성도 우려했다. 아랍에미리트를 중심으로 2030년까지 7~8GW 규모의 데이터센터 건설이 예정돼 있으나,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수요 전망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통상 조치 가능성에 대한 대비 필요성도 제기됐다. 업계는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법 122조, 301조 등에 선제적 대응 전략 마련을 주문했다. 특히 반도체 업계는 232조 적용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중동 지역의 긴장 고조에 따른 물류·운송비 상승도 주요 우려로 제기됐다. 단기적으로는 해상 운임 급등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중기적으로는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유·석유화학 업계는 정부가 208일치 석유 비축분을 보유하고 있으나, 각사 별 현장 상황에 맞춘 구체적 대응 시나리오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LNG의 경우 저장이 용이하지 않은 특성이 있는 만큼 공급망 다변화 현황을 점검해야 한다는 제안도 제기됐다. 다만 현재는 겨울철 수요 피크가 지나 봄철로 접어들고 있어 단기 수급 부담은 일부 완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호르무즈 해협에 국내 관련 정유 선박 7척이 묶여 있는 상황도 파악됐다. 선박 1척당 약 200만 배럴을 적재하는데, 이는 국내 하루 석유 소비량과 맞먹는 규모다. 업계는 운송 차질 장기화에 대비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현지 진출 기업들의 안전 문제도 우려했다. 건설·인프라 기업들은 공기와 계약 조건상 즉각 철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사전 경보와 정보 제공을 강화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에너지 공급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산업계의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기업들은 직면한 가장 큰 리스크로 ‘불확실성’을 꼽았다. 특히 대미 투자 특별법과 관련해 조속한 법안 통과가 불확실성 해소의 핵심 과제라며, 예정대로 3월 12일까지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중동 현황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며, 간담회에서 제기된 사항을 긴급 사안부터 보고하기로 했다. 아울러 3월 19일로 예상되는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미 통상 협상 과정에서 일본 대비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계와 긴밀히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