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매물 1만7605가구 불과…임대차2법 사태때로 회귀다주택자·임대사업자 징벌적 규제에 '전세매물→실거주' 현상 세입자, 강북 소형아파트 매매로 선회…60㎡도 평균 8억원대노원 월계동 삼호3차 59㎡ 11억원 '신고가'…7억원이하 실종
  • ▲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북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 모습.ⓒ연합뉴스
    ▲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강북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 모습.ⓒ연합뉴스
    서울 전세 시장이 극심한 매물 가뭄에 시달리며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가 끊길 위기에 처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상대적으로 대출 규제가 덜한 강북의 소형 아파트로 몰리면서 서민 아파트의 상징이었던 강북 소형 평수마저 8억원 시대를 맞이했다.

    5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와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7605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월말 1만가구대로 떨어진 이후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수치로 2020년 8월 임대차2법 시행 당시 매물 급감 사태 이후 약 5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전세 매물 실종의 주된 원인으로는 정부의 겹규제가 꼽힌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실거주 의무 강화와 다주택자 및 임대사업자에 대한 징벌적 규제가 지속되면서 시장에 유통돼야 할 전세 매물이 집주인 실거주용으로 잠겨버리는 '시장 동맥경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임차인들은 결국 매매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고가 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DSR 등)를 피해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강북권 소형 아파트로 수요가 편중되는 '풍선 효과'가 뚜렷하다. 2월 기준 서울 강북 14개구의 전용 60㎡이하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 가격은 8억1458만원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8억원 선을 넘어섰다. 이는 1년 전보다 16.6% 급등한 수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북 최대 재건축 단지인 노원구 월계동 '미륭·미성·삼호3차'(미미삼) 가운데 삼호3차 전용 59㎡는 지난 2월10일 11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불과 6일 전 거래가(9억6000만원)보다 1억4000만원이나 뛴 금액이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7단지 전용 59㎡ 역시 지난 1월20일 6억9000만원에 거래된 지 나흘 만인 24일 7억3000만원에 손바뀜되며 4000만원이 급등했다.

    도봉구 창동 주공19단지 전용 60㎡는 지난 2월25일 8억8000만원에, 은평구 불광동 '불광롯데캐슬' 전용 59㎡는 1월28일 8억75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강북구 미아동 SK북한산시티 전용 59㎡도 지난 2월15일 8억1000만원에 안착하며 사실상 서울 내 6억~7억원대 소형 매물은 자취를 감췄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정책 실패가 맞물린 구조적 위기라고 경고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여의도연구원 창립 31주년 토론회'에 참석한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를 민간 임대 공급자로 인정하지 않는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임대 시장의 '유량'(Flow)을 막아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맥경화에 걸린 시장에서 전세 주택 감소는 결국 전월세 급등 요인으로 작용해 서민과 청장년의 주거 불안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급 측면의 비관적 전망도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같은 날 토론회에서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 등 3중 규제로 인해 서울 내 약 28만2000가구의 재건축·재개발 물량이 공급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 교수는 "공공 중심의 정책이 민간의 활력을 죽이면서 향후 '신축 가뭄'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시장에서는 2026년을 시장의 중대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의 착공 부진이 2026년 입주 절벽으로 현실화되면서 이 시기를 놓칠 경우 향후 10년 이상 주거 사다리 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공급 부족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기 전에 실수요자들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결국 빌릴 집도 살 집도 마땅치 않은 상황에 강북 소형 아파트값마저 치솟으면서 시장 원리를 무시한 규제가 서민들의 주거 선택권을 사실상 박탈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