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전 핵심 생산기지 중국발 리스크 또 출현...촉각 곤두세우는 전자업계빠르게 퍼지는 바이러스...TF 꾸려 신속 대비 나선 삼성-LG-SK지난해 日 수출규제-美中 무역분쟁 겪으며 대외변수 관리 경험 쌓아...굳건해지는 전자산업 자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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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으로 전자업계에도 긴장감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 전자기업들의 핵심 생산기지이자 반도체 등 주요 제품 시장인 중국은 물론이고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전되는 양상을 나타내며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빠르게 퍼지는 바이러스 속에서 재빨리 대응책을 찾고 있는 기업들의 모습에서 한층 더 발전된 위기대응 능력이 빛을 발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을 시작으로 일본의 핵심 소재 수출 규제 등 예측하기 어려운 다양한 대외변수를 겪어오며 경험을 쌓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초부터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폐렴이 중국의 춘절 등의 명절을 맞아 급속도로 퍼지면서 국내를 비롯한 주변 아시아 국가는 물론이고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인접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 중에서도 중국에 바로 인접해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인적, 물적 교류가 활발한 국가 중 하나로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피해가 커질 수 있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우한 폐렴의 국내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208억 원의 방역대응 예산을 집행하는 등 관련 조치에 한창이다.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산업계 역시 갑자기 발생한 우한 폐렴 문제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국이 그동안 '세계의 공장' 역할을 맡아왔을 정도로 대부분 산업계에서 중국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관련 인력들을 파견해왔고 급격히 성장하는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에서 일하는 인력 또한 만만치 않은 탓이다.

    전자업계의 경우 중국이 주요 생산기지이자 수요시장으로 의미나 존재감이 남다르다. 삼성전자는 중국 톈진과 시안, 쑤저우에 반도체와 가전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사실상 중국 전역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서 이번 우한 폐렴 문제를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이 최대 고객인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다. 바이러스 발생지인 우한과는 거리상 차이가 있긴 하지만 중국 우시와 충칭 지역에 사업장을 두고 현지에 상주하거나 오가는 임직원들이 다수인 상태라 이번 사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 마련이 필요한 곳 중 하나다.

    LG전자는 중국에 10여 개의 법인을 두고 있다. 그룹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최근 중국 광저우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신공장을 완공하고 조만간 가동을 목표로 준비에 여념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번 우한 폐렴 사태로 변수를 맞았다.
  • ▲ 1분기 중 가동을 앞두고 있는 LG디스플레이 광저우 신공장 ⓒLG디스플레이
    ▲ 1분기 중 가동을 앞두고 있는 LG디스플레이 광저우 신공장 ⓒLG디스플레이
    그만큼 국내 전자업계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이슈가 발생했지만 기업들은 침착하지만 발빠른 대처로 리스크 최소화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삼성, LG, SK 등 주요 기업들은 신속하게 관련 테스크포스(TF)를 꾸리고 문제 해결과 추가적인 위기상황에 대응하는데 무엇보다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특히 많았던 굵직한 글로벌 변수들을 거치면서 쌓았던 위기 해결 능력이 정점에 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해는 그동안 곪아있었던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악화되면서 국내는 물론이고 글로벌 산업 전체가 얼어붙을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냈다. 연초부터 미국이 중국의 '5G 통신장비' 산업에 제재를 가하고 중국이 이에 맞불을 놓으면서 특히 국내 전자, 통신기업들이 갑작스러운 변수를 맞닥드리게 됐다. 일각에선 중국기업들의 빈 자리를 꿰찰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미국과 중국이라는 큰 시장에서 눈치작전을 펼쳐야했다.

    여기에 지난해 7월경 일본이 국내 반도체 산업을 집중 겨냥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강도 높은 수출 규제를 내놓으면서 기업들은 또 한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국내 경제의 상당부분을 지탱하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견제인 동시에 외교적인 문제가 원인이 돼 민간 차원에서 해결이 어려운 리스크라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했다. 

    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고경영자들을 현지에 급파해 원인 파악에 나선 동시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대안 공급처를 찾아나서는 노력을 이어왔다. 덕분에 핵심 소재 공급처를 다양화하고 국내에서 소재를 개발하고 조달하는 방안의 필요성도 커져 장기적인 자급능력 키우기에 돌입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난해 겪었던 두가지 큰 대외변수가 기업들이 급작스런 위기상황에 대응력을 키워 발빠른 대처에 나설 수 있었게 하는데 영향을 주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우한 폐렴이 앞으로 한 달여 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선 두 변수와 달리 긴 시간 동안 리스크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동시에 빠르게 전개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신속한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었다. 현재까지는 전자기업들이 신속하고 단호하게 이번 우한 폐렴에 대처하고 있어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