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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피하고 한심해서 말이 다 안나옵니다. 대한민국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 임원 출신이라는 사람들이 자기 회사를 배신하고 뒷통치수는 일에 앞장선다는 게 말이 됩니까.”
대한항공 OB 임원회의 한 멤버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13일 조현아·KCGI·반도건설 등 주주연합이 사내이사로 추천한 후보들에 대해 울분을 토했다.
OB 임원회는 대한항공에서 퇴임한 전직 임원들의 모임으로 약 500명으로 구성돼 있다. 대한항공 임원 출신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퇴임 이후에도 회사 발전을 위해 네트워크 교류를 갖으면서 자문 등의 뒷받침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이들이 한진칼 경영권 다툼과 관련해 의견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이 이처럼 크게 반발한 것은 사내이사 후보 중에서 항공 전문경영인으로 추천된 김치훈 전 상무와 함철호 전 경영전략본부장(전 티웨이항공 대표) 때문이다.
OB 임원회 멤버는 “항공사에서 근무했다고 다 항공 전문경영인이 아니다”라며 “김치훈 전 상무는 런던지점장이 아니라 런던 공항사무소장이었고, 지상조업 업무를 주로 했다”라고 말했다.
자회사인 한국공항에서도 지상조업 업무를 했고, 지상조업은 활주로 관리, 세탁, 청소, 용역 관리 등의 업무를 일컫는다.
그는 “지상조업도 항공사에서 중요한 업무이기는 하지만, 기획·경영·전략·여객·화물 등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며 “항공 전문경영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함철호 전 본부장에 대해서도 “경력상으로는 항공 전문가 같지만, 실제는 좀 다르다"며 “과대 포장된 측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치훈 전 상무는 2006년 대한항공을 퇴사했다는 점에서 최근 항공업계 트렌드를 못 쫓아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같은 전체적인 평가는 대한항공 OB 임원회 멤버들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항공 전문경영인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공사, 제작사, 파이낸싱 업체들과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전문경영인에게는 필수”라며 “조원태 회장은 故 조양호 회장 밑에서 열심히 경영수업을 받았고, 지난해 IATA 서울 연차총회를 잘 개최하면서 이같은 능력을 입증했다”고 추켜세웠다.
반면, 또 다른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사장에 대해서는 이같은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지 못한 것이 치명적이라고 언급했다.
SK와 삼성전자에서 인정 받은 경영인이라고 할 수 있지만 항공업 특수성을 잘 알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아쉽다는 얘기다.
한편, 주주연합은 사내이사 후보로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을 추천했다. 김 전 SK 부회장은 SK C&C의 대표이사 부회장, SK텔레콤의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SK텔레콤에서 대표이사 재직 시에는 수익성과 성장성을 갖춘 우량기업이 되도록 역량을 발휘했다는 설명이다. 포스코의 이사회 의장도 역임한 바 있다.
또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추천했다. 배 전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중국, 중동/아프리카, 한국 총괄 등의 직책을 역임했다. 국내외 경영현장에서 탁월한 조직관리 및 역량을 발휘한 전문경영인이라는 설명이다.
항공 전문가로는 김치훈 후보와 함철호 후보를 제시했다.
김치훈 후보는 대한항공 상무와 런던지점장 등을 역임했고 여객, 운송, 호텔 전반에서 다양한 업무를 수행했다는 설명이다. 이후 한국공항 상무, 통제본부장의 직책으로 국내 14개 공항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은 항공 운송 분야 전문경영인이라고 주장했다.
기타비상무이사 후보로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사장을 추천했다. 함 전 사장은 대한항공에서 경영전략 본부장 및 국제업무 담당 전무, 뉴욕지점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고, 티웨이항공을 흑자전환시킨 항공 전문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