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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 장기화로 골목상권이 직격탄을 맞아 아우성인 가운데 내년도 최저임금에 이번 사태가 반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처음으로 최저임금이 동결될지 아니면 역대 최저 수준으로 인상폭을 묶더라도 오름세 기조를 이어갈지 관심이 쏠린다.
9일 중소기업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관에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간담회를 갖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때 지금의 코로나19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이날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위축돼 중기 피해가 크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근로자에게 갈 수 있어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문식 한국주유소운영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내달말 시작되는 내년도 적용 최저임금 심의에 코로나19로 말미암은 경제상황과 기업의 지급여력 감소를 고려할 수 있게 정부가 협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 이사장은 "지금 모든 경제상황을 봐도 최저임금을 삭감하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다. 지급능력도 안되는데 인상이 될법한 소리냐"며 "다만 임금 삭감은 (노동계라는) 상대성이 있어 만만찮은 만큼 사실상 동결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 장관은 일단 긍정적인 신호음을 냈다. 그는 "여러가지 경제·고용상황을 보고 사회적 수용도가 반영될 수 있게 결정해달라고 최저임금심의위원회(최임위)에 의견을 내겠다"고 답했다. 이에대해 김 이사장은 "현 정부는 친노동계 성향인데다 표면적으로 최저임금은 위원회에서 결정할 부분이라 이 장관 답변은 모호한 측면이 없잖다. 이날 간담회도 (정부의) 고용유지장려금 확대 등을 언급하며 경영계를 편든다기보다 달래는 분위기였다"면서 "그래도 최임위에 정부 입김이 안 들어갈 수 없고 상황의 엄중함에 공감은 한듯하니 현실반영이 이뤄지지 않겠나 생각해본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날 간담회에선 내국인 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역차별 문제도 거론됐다. 김 이사장은 "외국인노동자의 경우 숙식·복지에 대한 지출이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역차별 소지가 있다"며 "최저임금 차등지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산입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건의했고 앞으로 (정부 차원의) 논의가 있을 거 같다"고 귀띔했다. -
최임위 심의편람을 보면 역대 심의에서 최저임금이 동결되거나 삭감된 적은 없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때인 1998년에도 2.7%가 올랐다. 세계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심의때도 2.75% 인상됐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기승을 부렸던 2015년에도 8.1% 인상이 결정됐다.
소상공인업계에선 메르스와 현 코로나19 사태를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최저임금위서 사용자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경영계 관계자는 "(메르스때) 어렵긴 했지만 이번 코로나19와는 비교도 안된다. 당시만 해도 마스크 잘 쓰고 기저질환자 질병관리에 신경 더 쓰는 정도였지 지금처럼 사회적·경제적으로 마비될 정도는 아니었다"며 "공공기관 행사가 취소되거나 관 주도로 국민에게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던 기억은 없다. 사회적 공포 심리가 100배는 더 한듯하다. 주변의 장사하는 사람들 다 죽겠다고 아우성"이라고 전했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밀어붙이면서 최저임금이 최근 3년간 30%쯤 오르는 등 골목상권의 기초체력이 저하된 것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이근재 한국외식업중앙회 서울시협의회장은 "소주성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말 그대로 폭탄을 맞았다. 지금 이구동성으로 살면서 30년내 이런 난리는 처음이라며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한다"며 "앞으로 사태가 수습돼도 웬만큼 제자리를 찾으려면 몇 년은 걸릴텐데 내리진 못할망정 내년 최저임금을 올린다는 게 말이 되나.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라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저임금은 현 정부 들어 2018년 16.4%, 지난해 10.9%로 급격히 올랐다가 올해 2.9% 상승에 그쳤다. 2010년에 적용한 최저임금 인상률(2.8%) 이래 10년만에 가장 낮고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1988년 이래 3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다.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면서 영세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이 직격탄을 맞는 등 부작용이 커지자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지회장은 "정부는 아직도 국민이 어떻게 사는지 분석을 못하는 것 같다. 지금 (체감으론) IMF때보다 100배, 1000배 어렵다"면서 "최저임금 동결하자면 노조가 데모한다고 하겠지만 일단 기업이 돈을 못 벌고 최소한으로 줄인 사람도 내보내야 할 판국인데 임금을 어떻게 (올려)주느냐"고 따져 물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설명으로는 자영업자의 '코로나 대출' 신청이 쇄도해 2조3000억원쯤인 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이 사실상 바닥났다. 애초 기금중 200억원만 긴급경영애로자금으로 쓸 계획이었지만 대출 신청 접수 첫날에만 985억원이 몰렸다. 지난 6일 현재 대출 신청이 들어온 금액은 2조2344억원으로 집계됐다.소진공 한 관계자는 "현장에선 대출용 확인서를 받으려는 소상공인이 줄을 선다. 다른 업무를 보는 본부 직원들까지 각 지역으로 가 일요일도 대출 신청을 받는 실정"이라며 "이번 사태가 잡혀도 장사가 회복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엄청 힘들텐데 걱정이다. 열심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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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계는 코로나19 사태와 내년도 최저임금을 연관짓는 것은 기회주의적이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다.
정문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최저임금 논의는 오는 6월에나 본격화할텐데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코로나19 사태로 말미암은 어려움을 극복하려고 지혜를 모으는 마당에 (소속·관련 단체의) 당위성만 강변하는 것은 위기 극복에 적절치 않다"고 주잣했다. 그는 이어 "이번 위기는 조기에 극복할 문제로 오래 지속해 내년까지 영향을 미쳐선 안된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을 최저임금으로 연결하는 것은 비신사적이다"며 "지금의 어려운 상황이 1년 뒤에도 지속될 거라는 전제가 깔린 것은 아닌지, (다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간담회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얘기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정 본부장은 "최저임금 문제는 내년의 문제다. 당장 소상공인이 가계 문을 닫는 상황에서 최저임금은 뒷순위 문제다. 우선순위를 매겨 초점을 맞출 부분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임대료, 가맹수수료 문제 등이다"라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대기업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태도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중소기업도 판로가 막히고 수출이 안되는 등 어려움이 있다"면서 "그나마 버틸만한게 대기업인데 단가인하 같은 불공정행위를 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제기하는 가장 큰 고충도 (내년도 최저임금이 아니라) 공정거래가 정착될 수 있게 공정위원 차원의 단속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 본부장은 "지난 6일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코로나19 확산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선언'을 발표했다"면서 "이번 사태가 빨리 끝나길 바라며 노사가 합의한 내용으로 자영업자를 위한 긴급 대출 문제 등 들어갈 건 다 들어갔다. 여기에도 최저임금 관련 내용은 없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