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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 사태 장기화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이 정부의 실질적인 지원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이런 목소리를 거들고 나선 가운데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연출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소상공인연합회(이하 연합회)는 12일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실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연합회는 "대부분 오프라인에서 매출이 나오는 소상공인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모든 지역에서 매출이 하락하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며 "모임이 취소되고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확산하면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보다 심할 뿐 아니라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위기"라고 호소했다.
연합회는 "자체 조사결과 지난 9일 서울 중구 인구 유동량은 200만명으로 1달 전인 930만명보다 80%가 줄었고, 대구 수성구는 1000만명에서 150만명으로 85%가 줄었다"면서 "유동인구가 줄어든 만큼 소상공인 매출도 80%쯤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연합회는 이날 △부가세 인하 등 세제 감면 △긴급구호 생계비 지원 △기존 대출 부담완화 △5인 미만 소상공인 고용유지대책 △위생·방역기기 구매지원 등 5개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특히 연합회는 "현행 10%인 부가가치세를 올 상반기만이라도 5%로 낮춰 과세 부담을 줄여야 한다"면서 "올 상반기 신고 기간에 인하된 비용만 내게 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마비 상태나 다름없는 대구·경북지역에 우선하여 소상공인 긴급 구호 생계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회는 생계비 지원 규모로 월 200만원을 제시했다. 이는 경기 화성시가 이날 긴급 편성한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600억원을 매출액이 줄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과 무관치 않다. 연합회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있어) 혈세를 지원해달라는 게 조심스럽지만, 이번 사태가 두 달째 지속하면서 소상공인이 줄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
공교롭게도 이날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이하 위원회)도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전시업계, 중소유통상인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위원회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민주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 전시주최자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 등과 함께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민생현장 기자회견'을 열고 "비상한 시국에는 특단의 대처가 필요하다"며 소상공인 지원의 필요성을 전했다.
위원회는 "극심한 매출 부진을 겪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은 정부 대책과 추경안 민생지원 대부분이 융자사업에 편성돼 있음을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어 △간접 지원과 직접 현금지원 병행 △자영업·중소기업 세금감면 기준 확대 △고용유지지원금·일자리안정자금 가입기준 완화와 신속집행 등을 주문했다.
위원회는 "중소유통상인들도 직접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이번 추경안 중 이미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사업 예산은 현금으로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전시업계도 유례없는 위기에 봉착했다"며 "코로나19 위기업종 지정, 긴급 금융지원 등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원회는 "추경만으로는 부족하다. 관행을 넘어서는 특단의 대처가 필요하다"며 "재난기본소득, 영업손실 일부 보전 등 다양한 방법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같은 날 두 곳에서 소상공인 지원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린 것은 그만큼 코로나19 사태로 골목상권이 폐업 위기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요구사항도 엇비슷하다. 다만 소상공인연합회는 부가세 감면, 한상총련과 여당은 직접 현금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업계 일각에선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700만 소상공인 표를 의식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총선이 성큼 다가오자 여당에서 소위 어용단체와 손잡고 생색내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소상공인업계 한 관계자는 "앞서 청와대에서 일자리업무를 봤던 담당자가 이번 총선에 나왔다. 당시는 최저임금을 규모별·업종별로 차등화해야 한다는 (소상공인) 요구를 무시하더니 지금은 선거운동 하면서 만나는 소상공인에게 최저임금 차등화가 필요하다며 열심히 하겠다고 한다"면서 "쉽게 말을 바꾸는데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헷갈린다"고 전했다.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당이 표를 의식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연합회 한 관계자는 이날 위원회 기자회견과 관련해 "사전에 위원회로부터 논의에 참여해달라는 연락을 받은 바 없고 기자회견을 같은 날 하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연합회는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에 줄곧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사실상 청와대와 여당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힌 상태다.
소상공인연합회는 80개 단체로 이뤄진 법정 경제단체다. 반면 이날 위원회와 함께 기자회견에 나선 한상총련은 대표적인 어용단체로 꼽힌다. 민주당 소상공인특위 수석부위원장을 맡은 인태연 청와대 자영업비서관이 임명 전 만든 단체다. 한상총련은 그동안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해 현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붙일 때도 에둘러 정부 정책을 지지해왔다. 인 비서관은 한상총련을 만들기 전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을 지냈다. 유통상인연합회는 자체 설문조사 등을 근거로 자영업자 경영 악화는 인건비 부담이 아니라 대기업 프렌차이즈의 골목상권 침투 등이 원인이라고 밝혀왔다. 이런 주장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최저임금 인상 논리로 활용돼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거가 다가오니) 여당에서 친여단체를 앞세워 소상공인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내용도 최근 연합회에서 설문조사한 내용을 참고한 듯하지만, 비상시국인 만큼 (기자회견이 정략적인 의도가 있더라도)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알리고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