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부르짖던 타다, 택시업계 못 넘어정치권 100만 표심 얻기 급급정부 '규제 샌드박스' 무용론
  • 개와 고양이는 오줌을 싸며 영역표시를 한다. 인간은 담을 치거나 성을 쌓으면서 경계선을 긋는다. 선을 넘는 경우 그에 대한 응징의 대가는 엄중하다. 물어뜯기거나 도륙을 당하는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중국의 만리장성을 넘기 위해 수백, 수천만의 병사들은 화살받이로 생을 마감했다.

    렌터카 기반 차량호출 서비스 업체인 '타다'는 택시 업계의 '견고한 성'을 끝내 넘지 못했다. 모빌리티 혁신을 표방했지만, 25만명의 기사들이 구축한 택시 연합전선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택시 종사자의 가족까지 포함한 100만명에 달하는 비난의 화살을 감당할 수가 없던 것이다.

    가장 먼저 손을 든 건 정부와 국회였다. 총선을 앞둔 터라 택시 업계의 '100만 표심'을 잃는게 쉬운일이 아니였을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당연한 결과였다. 수십년 구축된 견고한 영역을 침범하려는 타다의 잘못이었다. 과거 수많은 모빌리티 업체들이 호되게 당했던 점을 벌써 잊은 것인가. 글로벌 승차공유기업 우버도 2013년 국내에 '우버엑스'를 내놨다가 쓰라린 상처만 입고 2015년 철수했다. 카카오 역시 2018년 '카풀' 서비스를 시행했지만 택시 업계의 집중포화를 감당하지 못하고 '카풀 제한법'에 목숨만 연명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시 업계의 성을 넘으려던 타다는 결국 목숨을 잃게 됐다. 전장에서 패한 수장은 경영직을 내려놓고 사임을 했다. 타다의 핵심 사업인 '타다 베이직'은 내달 11일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다. 캐시카우가 사라진 상황에서 희미하게 숨이 붙은 타다가 얼마나 길게 갈지는 장담 못한다.

    순진하게 혁신을 부르짖던 타다의 생명이 꺼져가는 모습은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보여준다. 국민들의 편의보다 영역을 지키는 게 최우선인 나라다. 택시 업계는 자신의 밥그릇을, 정치권에서는 표심을 지키듯이. 타다 모기업인 이재웅 쏘카 대표가 말한대로 정부와 국회는 그저 '죽은 존재'일 뿐이다.

    '규제 샌드박드'는 문재인 정부가 가장 중점적으로 내건 정책이다. 타다와 같은 스타트업 기업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규제를 풀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택시 업계처럼 경계선을 침범할 경우 예외 사항을 준다는 조항은 없다.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충만한 의욕으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에게 묻고 싶다. 정부의 정책을 신뢰하는가. 잘 모르겠으면 이렇게 조언해 본다. 타다의 사례처럼 이미 일어난 일만 믿으면 된다. 대한민국에서는 타다를 탈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