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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달간 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주식 보유액이 1조3000억원 넘게 증발했다. 코로나19(우한폐렴) 사태로 인해 그룹 주가가 급격히 하락한 탓이다.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국내에선 코로나19가 점차 안정세를 맞고 있지만 미국, 유럽 등지에선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수출국이 잇달아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현대차그룹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된다.
16일 뉴데일리경제가 최근 한달(2월 12일~3월 13일)간 현대차그룹 주요 3사의 주가 흐름을 살펴본 결과, 현대차는 35.9%, 기아차는 30.7%, 현대모비스는 29.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3일 종가 기준 현대차 주가는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7월 29일(8만7100원) 이후 10년 7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들 3사의 주가가 한달새 평균 30% 이상 내리면서 현대차 총수 일가의 주식 보유액도 대폭 감소했다. 정몽구 부자는 현대차에서 8009억원, 기아차에서 903억원, 현대모비스에서 4813억원의 주가 손실을 봤다.
우선 동기간 현대차 주가는 13만6000원에서 8만7200원으로 4만8800원 하락했다. 이에 따라 정몽구 회장의 주식 손실액은 5561억원으로 집계됐다. 정몽구 회장의 현대차 지분율은 5.33%로 1139만5859주(5.33%)를 가지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의 주식 보유가치는 2449억원 감소했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주식을 501만7145주(2.35%)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부자의 현대차 주가 손실은 8009억원으로 집계됐다.
기아차 주가는 지난 2월 12일 4만1650원에서 3월 13일 2만8850원으로 한달새 1만2800원 내렸다.
기아차 지분율이 1.74%(706만1331주)인 정의선 부회장은 동기간 903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정몽구 회장은 기아차 지분을 직접 소유하고 있진 않다.
주가 손실은 현대모비스에서도 두드러졌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 주식을 677만8996주(7.11%) 보유하고 있는데, 주식 손실액이 한달새 4813억원에 달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이 없다.
정몽구 부자의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주식 총 손실액은 1조3725억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라 해도 한달이라는 짧은 기간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해외에서의 코로나19 사태가 심상찮다는 것이다. 국내에선 코로나19 확진자가 줄어들며 조금씩 안정세에 접어들고 있다. 반면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하루에 천명 이상 확진자가 늘며 날로 심각해지는 추세다.
그룹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88만대를 판매했다. 유럽 판매량 또한 58만대에 달했다. 지난해 총 판매량인 442만6000대 중 33.0%를 이들 지역에서 판매한 것이다.
기아차 또한 지난해 총 판매량 277만2000대 가운데 미국에선 61만3000대, 유럽에선 52만1000대를 팔며, 두 지역 비중이 40.9%에 달했다. 이들 국가에서의 코로나 확산세가 올해 현대차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 관측하는 이유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중국 부품조달 차질 및 국내 가동중단에서 비롯된 코로나19 우려가 이제 전세계 소비심리 위축 및 판매감소로까지 확산됐다"며 "2019년 지배주주 순이익의 92%를 기여한 한국, 미국의 상반기 판매부진이 불가피하다. 가파른 화폐가치 하락이 진행 중인 신흥국에 대한 본사의 현지통화결제 손실도 실적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