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자동차 판매 전망치 잇달아 낮아져국내 완성차 전방위 타격… 유럽 수출 차질 우려
  •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 기사 내용과는 관계없음. ⓒ현대차그룹
    ▲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본 기사 내용과는 관계없음. ⓒ현대차그룹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 코로나19(우한폐렴)가 확산하는 가운데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살얼음판’으로 변했다. 공장이 멈춰서는 등 생산 차질이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다. 공급망이 붕괴되는 상황에서 소비 심리는 얼어붙고 있다. 

    특히 국내 완성차 업체는 두 달여 넘게 코로나19에 시달리면서 내수 시장뿐 아니라 수출에서도 큰 타격이 예상된다. ‘소비 둔화-생산 감소-고용 악화’의 악순환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외신 등에 따르면 미 완성차 업체 포드는 지난 16일부터 1주일간 스페인 발렌시아 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중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오는 27일까지 이탈리아 내 생산 공장 6곳의 조업을 전면 중단한다. 회사 측은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공급 조절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급 스포츠카 페라리와 유명 브레이크 제조 업체인 브렘보 역시 당분간 공장 문을 닫기로 했다. 이 밖에 폭스바겐은 슬로바키아 생산 공장을 멈춰 세웠고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만드는 물량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중국발(發) 코로나19 쇼크는 자동차 시장 경기를 끌어내리고 그로 인한 판매 및 생산 감소를 초래하고 있다. 사태 장기화로 올 1분기(1~3월) 이후 실적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질 것이란 긴장감이 높은 상태다. 

    영국 조사기관인 LMC오토모티브는 올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8640만대로 지난해보다 4.3%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9010만대에서 낮춰 잡을 만큼 시장환경이 불투명해서다. 이뿐 아니라 코로나19 여파가 내년까지 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 ▲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본 기사 내용과는 관계없음. ⓒ현대차그룹
    ▲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본 기사 내용과는 관계없음. ⓒ현대차그룹
    국내 완성차 업체는 중국에서 들여오는 전선 뭉치인 와이어링 하니스의 수급이 끊기면서 생산 차질을 겪은 데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체 생산은 18만9235대에 그쳤다. 공장 가동이 중단 되면서 지난해 동월 대비 26.4% 급감했다. 같은 기간 내수 판매는 8만2145대로 21.6% 쪼그라들었다.

    수출길이 가로막힐 위험을 무시할 수도 없다. 코로나19가 옮겨붙은 유럽은 완성차 업체에게 지난해 기준 65만3286대로 북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지 공장의 생산 차질과 바닷길에 대한 검역 등을 매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체가 모두 삐걱거리기 시작하면서 부품 산업 생태계는 망가지고 있다. 협회 측은 “부품 업체는 완성차보다 코로나19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며 “평균 공장 가동률이 50~60%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1차 부품 업체 중 37%가량이 대구경북에 밀집해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여파에 고용 환경마저 악화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상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부품업체 중 하나인 만도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순환휴직을 추진하가 위해 노동조합과 협의 중이다. 더불어 강원 원주시 주물공장을 외주화할 방침이다.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전방위적인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비상경영 체제를 갖추고 협력 업체 지원책 마련 등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