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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 씨젠의 시가총액이 유한양행, 한미약품을 넘어서는 이변이 일어났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씨젠의 시가총액이 지난 30일 기준 3조 1743억원으로 유한양행(2조 9818억원), 한미약품(2조 9371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30일 씨젠의 시총은 셀트리온헬스케어(9조 9323억원), 에이치엘비(3조 7356억원)에 이어 코스닥 시장 3위를 기록했다. 제약·바이오 기업 시총 순위로도 삼성바이오로직스(29조 7743억원), 셀트리온(23조 7441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 에이치엘비에 이어 씨젠은 5위를 기록했다.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1월20일 씨젠의 시총 순위는 40위에 불과했다. 시총은 지난 1월20일 8237억원에서 지난 30일 3조 1743억원으로 12배 뛰었다. 씨젠의 시총 순위는 1년 만에 시총 74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코로나19 확산이 거세지면서 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가 주목 받고 있다.
이 중에서도 씨젠이 '코로나19 진단키트 대표주'로 주목 받으면서 투자가 몰렸다. 지난 27일에는 거래대금이 2조 4771억원으로 코스닥 1위를 기록하면서 삼성전자(1조 9314억원)를 넘어서기도 했다.
특히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씨젠 사옥을 직접 방문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폭되면서 이틀 연속 씨젠의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씨젠의 주가는 1월20일 3만 1400원 지난 30일 12만 1000원으로 3.9배 상승했다.
씨젠이 상위제약사의 시총을 제친 데에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제약사들의 영업이 위축된 영향으로 인한 반사 효과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부진한 1분기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상위제약사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들이 줄어들면서 처방되는 약도 줄어들어 제약사들의 영업이 어려워졌다"며 "이런 상황이다 보니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가 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위제약사를 제칠 정도로 씨젠이 충분한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씨젠의 시총이 높은 것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진단기기 업체들이 주목 받을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나름의 의미는 있다고 본다"면서도 "지금 같은 현상이 오래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이날 오후 2시41분 기준으로 씨젠의 주가가 전일 대비 9.01%(1만 900원) 급락해 시총도 2조 9435억원으로 줄어들면서 현재 유한양행(3조 487억원), 한미약품(3조 970억원)보다 뒤처진 상태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씨젠이) 현재 시총을 유지하려면 이번 키트 매출이 1회성이 아니고 지속 가능하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며 "아직 이러한 논리 성립에는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