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인력-기술, 공격 투자… 부채 1년새 '9조' 증가유럽 등 주요 시장 코로나19 여파… 일부 완성차 '셧다운'"잇따른 조업 중단 타격 불가피… 수급문제 없지만 예의주시 중"
  • ▲ '인터 배터리 2018'에 참가한 삼성SDI 부스. ⓒ삼성SDI
    ▲ '인터 배터리 2018'에 참가한 삼성SDI 부스. ⓒ삼성SDI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설비와 인력, 기술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단행하면서 외부 차입금이 늘어나면서다.

    다만 공격적인 투자와 그에 상응하는 영업성적으로 투자금액을 상환하거나 재투자에 나서야 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생산한 제품을 팔 곳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저하된 재무건전성 회복은커녕 자칫 '돈맥경화'로 중장기 성장판을 막아버릴 수도 있는 만큼 업계에서도 유럽 및 미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일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SK이노베이션, LG화학, 삼성SDI 등 3사의 재무건전성이 크게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3사의 부채는 모두 45조원으로, 전년 35조원에 비해 9조원 이상(27.4%) 늘어났다. 반면 자본 규모는 48조원대를 유지하면서 부채비율은 72.7%에서 93.5%로 20.8%p 증가했다.

    삼성SDI의 경우 2018년 58.2%, 지난해 56.8%를 기록하면서 2년 연속 50%를 상회했다. 삼성SDI가 부채비율이 50% 이상을 기록한 것은 2003~2004년 이후 처음이다. LG화학도 2008년 이후 11년 만에 90%대 부채비율을 기록했으며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이후 5년 만에 110%대로 높아졌다.

    글로벌 신·증설 경쟁으로 촉발된 설비 투자와 기술 및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가 지속되면서 외부 차입금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불어난 차입금을 대응해야 하는 유동성도 이전보다 많이 저하됐다는 점이다.

    3사의 유동비율은 148%로, 전년 169%에 비해 21.2%p 낮아졌으며 현금 및 현금성 자산 규모도 5조8558억원에서 5조2409억원으로 10.5% 줄어들었다. 여기에 영업성적 부진과 차입금 증가가 겹치면서 이자보상배율도 11.3에서 4.33으로 7.01p 낮아졌다.

    LG화학의 경우 유동비율이 132%로, 2009년 이후 10년 만에 135%를 하회했다. 또 138%를 기록한 삼성SDI는 2017년부터 3년 연속 130%대를 기록했다. 이는 2011~2013년 이후 6년 만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유동성 문제가 불거질 수준은 아니지만, 외부에서 조달된 자금이 지속 증가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더군다나 업황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영업현금흐름 둔화에 따른 재무구조 제고 속도가 더디게 나타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 ▲ SK이노베이션의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 현황. ⓒ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의 국내외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 현황. ⓒSK이노베이션

    이처럼 재무 부담이 늘어난 것은 공격적인 스탠스로 투자를 적극 단행하면서다.

    실제 LG화학은 현재 연 15GWh의 배터리를 생산하는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의 생산규모를 올해 말까지 70GWh로 늘린다는 목표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한국과 미국, 중국 등에서 생산하는 전체 배터리의 절반 이상을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하게 된다. LG화학은 이를 위해 지난달 공장 근처 부지를 추가 매입하고 현재 70%에 머물고 있는 폴란드 공장 수율을 연내 9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도 지난해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 헝가리 괴드 공장에 생산라인을 증설하기 위해 5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은 7.5GWh 생산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헝가리 코마롬에 완공, 올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현재 시운전을 진행 중이다. 9GWh 규모의 제2공장 건설은 현재 70%가량 진행되고 있다.

    또한 LG화학의 지난해 전지사업 부문 R&D비용은 3876억원으로, 전년대비 21.1% 증가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1.4%로 같은 기간 0.3%p 늘어났다.

    성SDI 역시 R&D비용이 7126억원으로, 1년새 17.8% 증가했다. 2018년의 전년대비 증가율 14.7%보다 증가율이 더 가팔라졌다. 전지뿐만 아니라 전자재료 부문까지 포함돼 있는 점을 감안해도 증가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2017년 1974억원 2018년 2348억원 2019년 2284억원 등으로 R&D비용 증가세가 주춤했다. 2018년 배터리 부문 인력들에게 지급된 인센티브 보너스가 줄어든 영향이며 사실상 R&D비용은 유지된 것이라고 SK이노베이션 측은 설명했다.

    또한 관련 인력들도 충원되고 있다. LG화학 전지 부문 직원은 2018년 5430명에서 2019년 6515명으로 1년새 1085명이 늘어났다. 삼성SDI의 에너지 부문 직원도 같은 기간 7558명에서 7936명으로 378명이 늘었다.

    이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에 사활을 걸고 실적 턴어라운드를 도모하고 있는 만큼 향후 3년간 시설투자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차입 부담도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과 유럽에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유럽 국가들이 입국제한과 공장 가동 중단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시장이 2.5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됐던 유럽에 생산기지를 둔 이들 3사는 초긴장 상태다.

    특히 올해부터 유럽의 전기차 양산이 본격화되면서 급증하는 배터리 시장을 잡기 위해 대규모 증설을 추진해온 터라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될 경우 사업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미국에도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만큼 현지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아직은 계약물량이 없고, 지금 물량만으로도 공급 일정이 빠듯해 공장 가동에는 문제가 없지만, 완성차 조업 중단이 한 달 이상 늘어나면 배터리 업체 역시 타격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 유럽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 피아트크라이슬러(FCA), 푸조시트로엥(PSA)그룹, 르노그룹은 코로나19 영향으로 현재 유럽 내 공장을 최대 3주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의 빅3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FCA도 북미 지역 공장을 일시 폐쇄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 역시 최대 3주간 가동이 중단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제조를 위한 공급망은 당연히 완성차 업체의 시황에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후방산업인 배터리 업체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B사 관계자는 "당장 부품 수급이나 제품 이동 등 물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는 않지만, 유럽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어 상황에 따른 몇 가지 시나리오를 세워놓고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4각 생산체제 및 합작법인 현황. ⓒLG화학
    ▲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4각 생산체제 및 합작법인 현황. ⓒLG화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