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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들의 주가가 최근 급락하자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의 조급한 국산 코로나19 진단키트 홍보로 인한 여파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들의 주가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씨젠은 지난달 31일 8.18%(9900원) 급락한 데 이어 지난 1일 4.76%(1만 6400원) 급락해 9만 47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주가 10만원대가 깨졌다. 씨젠은 2일 오후 3시1분 기준으로 전일 대비 6.76%(6400원) 하락해 8만 8300원까지 주가가 떨어진 상태다.
솔젠트가 관계사인 이원다이애그노믹스(이하 EDGC)도 지난 1일 14.14%(2800원) 하락한 데 이어 이날 15%(2500원) 하락해 1만 4500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 1일 랩지노믹스(-14.19%), 피씨엘(-13.79%), 수젠텍(-8.68%), 진매트릭스(-5.15%) 등도 주가가 줄줄이 떨어졌다.
같은 날 코로나19 진단키트에 쓰이는 원료 '뉴클레오시드'를 공급하고 있는 파미셀도 주가가 14.08%(2900원) 하락했다.
이처럼 일제히 코로나19 진단키트 수혜주의 주가가 폭락하자 업계에서는 그간 급등했던 주가가 조정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례로 '코로나19 진단키트 대표주'로 꼽히는 씨젠의 주가는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1월20일 3만 1400원에서 지난달 30일 12만 1000원으로 3.9배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진단키트 업체들의 주가가 너무 올랐던 것은 사실"이라며 "코로나19 진단키트 업계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끝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부분 미국 식품의약국(FDA) 긴급사용승인(EUA·Emergency Use Authorization) 허가 목록에 국내 업체가 게재되지 않은 데 따른 실망감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달 28일 "미국 시간으로 27일 국내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업체 3곳의 제품이 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 절차상 사전 승인을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외교부의 '사전 승인'이라는 용어가 업계에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빗발치자 외교부는 '잠정 승인'이라고 용어를 변경했다. 외교부는 지난달 29일 "FDA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 국내 업체 3곳의 진단키트 제품이 '잠정 FDA 승인(interim FDA approval)'을 받았으므로 미국 수출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진단키트 개발 업체들은 가만히 기다리면서 일만 하고 있는데 외교부 발표 때문에 주가가 올랐다가 FDA 긴급사용승인이 나지 않으니 주가가 떨어진 것"이라며 "기업의 기술적 성과 발표보다는 외부 정세에 따라 주가가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
코젠바이오텍, 씨젠, 솔젠트 등 FDA에 코로나19 진단키트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한 국내 기업들은 FDA의 승인 통보를 기다리는 상태다.
특히 씨젠의 주가가 연일 폭락세인 데에는 보건복지부의 코로나19 관련 체외진단기기 제조·수출기업 정보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복지부는 지난 1일 의료기기산업 종합정보시스템에 코로나19 진단검사 관련 제품을 제조·수출하는 국내 기업의 정보를 공개했다.
전 세계 40개국 이상에 코로나19 진단키트를 수출 중인 씨젠은 해당 명단에서 제외됐다. 투자자들의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빗발치자 복지부는 "긴급사용승인 또는 수출허가 취득 업체 중 정보 공개에 동의한 27개사만 해당 명단에 포함시켰다"며 "기업 명단을 수시로 추가하겠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너무 조급하게 행동하니까 주가도 흔들리고 시장의 신뢰도 잃고 있다"며 "국내 진단업체들이 소프트웨어 역량을 보여준 만큼, 정부도 하드웨어적인 분야에 투자를 해서 관련 시장을 잠식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단업계는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진단키트만이 아니라 진단 장비의 국산화를 위해 K진단센터(가칭)를 조성해 하드웨어까지 국산화를 하자는 의견을 제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