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표 등록이후 10개월간 무소식… 출시일정 아직 미정맥주업계서 유일하게 음료 사업부 없어 지연된다는 시각도무알콜 음료 시장 2000억원대 시장으로 성장 전망
  • ▲ 지난해 6월 오비맥주가 출원한 '카스 제로' 상표권.
    ▲ 지난해 6월 오비맥주가 출원한 '카스 제로' 상표권.
    오비맥주가 알콜이 함유되지 않은 무알콜 음료 ‘카스 제로’의 출시를 미루면서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6월 상표권을 등록한 이후 10개월간 잠잠 무소식인 탓이다. 오비맥주는 최근 신종 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로 출시 일정을 미루고 있다는 설명이지만 업계에서는 주류만을 생산해온 오비맥주가 음료제조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적잖은 고민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알콜이 함유되지 않은 음료 ‘카스 제로’의 개발을 완료한 상태지만 좀처럼 출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카스 제로’의 상표권이 지난해 6월에 등록된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경우다. 통상 상표권은 출시 직전에 등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오비맥주 내부에서도 ‘카스 제로’의 출시일은 아직 미정인 상태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카스 제로’뿐 아니라 모든 일정이 연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카스 제로’의 출시도 아직까지 확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카스 제로’는 맥주와 유사한 맛을 내지만 실제 알콜은 함유되지 않는 맥주맛 음료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하이트진로의 계열사 하이트진로음료가 2012년 ‘하이트제로 0.00’를, 롯데칠성음료가 2017년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를 출시해 약 1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 중이다. 

    국내 소매 맥주시장의 규모가 3조3172억원인 것에 비하면 아주 작은 시장이지만 성장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저도수 주류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 일본에서는 무알콜음료 시장규모가 약 7000억원에 달한다. 

    맥주 제조사로서 장기적으로는 무알콜음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맥주 시장이 역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장사업으로 꼽히기도 한다. 

    문제는 오비맥주가 좀처럼 판매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다양한 추측을 불러온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주류만 생산해온 오비맥주가 음료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 영업망만을 가지고 있는 오비맥주가 당장 음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내부적으로 정비가 많이 필요한 일”이라며 “생산설비 승인부터 영업망 증설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식품위생법상 식품제조업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기존 맥주생산라인을 그대로 쓰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시설 혹은 구분되는 구획이 지정돼야만 한다. 주류와 음료의 제조시설 허가기준이 다른 탓이다. 이 과정에서 관할 시군구청으로부터 직접 실사를 받는 등 철저한 점검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하이트진로는 ‘하이트제로 0.00’을 직접 제조하는 것이 아니라 음료제조 계열사인 하이트진로음료에서 맡고 있다. 롯데칠성도 ‘클라우드클리어제로’는 주류부문이 아닌 음료부문에서 맡는다. 현재로서는 유일하게 오비맥주만 음료 계열사나 사업부가 없는 셈이다. 

    오비맥주에서 식음료 관련 영업조직이 없다는 점도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별도의 조직을 구성하기에는 시장규모가 너무 작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장기적으로 오비맥주가 무알콜 음료 ‘카스 제로’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중이다. 무알콜 음료는 여전히 높은 성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무알콜 음료 1위 사업자인 하이트진로음료는 무알콜 음료 시장이 2000억원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