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가정법원 가사2부 이혼 소송 첫 변론기일노 관장, 위자료 3억에 주식 등 재산 분할 요구노태우 전 대통령 연결고리 찾기 어려워… 사실상 인정 받기 힘들 듯
  • ▲ 최태원 SK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 최태원 SK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최태원 SK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간 이혼 소송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노 관장 측의 반소 제기로 재산분할 액수가 1조원에 달하고 향후 그룹의 지배구조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혼 소송은 다툼의 여지도 많은 만큼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전연숙)는 이날 오후 4시 30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첫 변론기일을 진행한다. 

    이번 이혼소송은 최 회장이 지난 2015년 한 언론 매체에 보낸 편지를 통해 노 관장에 이혼 의사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노 관장은 이혼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최 회장은 2017년 7월 이혼조정을 신청했다. 이혼조정은 정식 재판을 거치지 않고 부부가 법원의 조정에 따라 협의 이혼하는 절차다.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진행된 4차례 변론기일까지 노 관장은 '이혼 불가' 입장을 고수하며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이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릴 것 같던 이혼 소송은 노 관장이 맞소송을 제기하며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노 관장이 이혼 조건 최 회장이 3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고, 보유한 회사 주식 등 재산을 분할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노소영 관장은 지난해 12월 초 SNS를 통해 "지난 세월은 가정을 만들고 이루고 또 지키려고 애쓴 시간이었다"며 "일말의 희망을 갖고 기다렸지만 남편이 간절히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끝까지 가정을 지키지는 못했으나 저의 아이들과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며 서울가정법원에 최 회장을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와 재산분할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의 이혼소송 사건도 서울가정법원 가사3단독에서 가사 2부로 이송됐다. 이혼 소송을 당한 사람이 다시 반대로 이혼과 함께 재산분할을 청구할 경우 청구 금액이 2억원 이상이면 합의부로 재배당된다. 

    이혼 절차에서 위자료및 재산분할 청구는 비일비재한 만큼 특별한 사안이 아니지만, 금액이 워낙 큰데다 향후 재산이 분할될 경우 SK그룹의 지배구조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 최 회장의 자산은 4조원으로 추정되는데 대부분이 SK 지분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의 SK 지분은 18.44%를 가지고 있는데 노 관장은 이 중 42.29%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데 현재 시가로는 1조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재산분할 여부를 놓고 양측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고되는 이유다. 때문에 법원이 재산분할을 얼마나 인정해 줄지에 촉각이 모아진다. 

    재산분할의 경우 부부공동생활 중 형성한 재산과 유지한 재산이 분할의 대상이 된다. 혼인기간과 재산형성 기여도 등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법원이 판단한다.

    하지만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이를 단순 적용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온다. 상속·증여받은 재산의 경우 통상적으로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회사 경영의 안정성과 직결되는 재산인지도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

    이에 노 관장 진영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 SK그룹 성장에 미친 기여도를 적극 어필하며, 최대 50%까지 재산을 나누도록 하는 원칙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달리 최 회장 측은 이 재산이 대부분 선대 회장으로부터 받은 상속 재산이라는 점을 근거로 적극 방어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SK그룹 성장 과정에서 추진한 인수합병 및 일부 사업의 경우 노 전 대통령 시절과 연결고리를 찾기 어려워 노 관장의 재산기여도가 인정받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SK그룹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유공(SK이노베이션)과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 인수가 대표적이다. 

    우선 유공 인수는 1980년대로 SK그룹 창업자인 고(故) 최종건 회장이 10여년간 준비한 일로 '섬유에서 석유까지'라는 사업의 수직 계열화를 위해 내린 결단이다.

    이후 SK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정보통신사업 진출을 추진했다. 80년대 중반부터 정보통신 사업을 준비한 SK그룹은 노 전 대통령 시절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따냈지만 최종현 SK그룹 회장은 오히려 정경유착에 대한 오해를 우려해 사업권을 반납했다.

    이후 SK그룹은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민영화되는 한국이동통신을 시가를 뛰어넘는 비싼 가격에 인수하며 정보통신 사업 진출이라는 숙원 사업에 결실을 맺게 된다.  

    당시 상장회사였던 한국이동통신 주가는 8만원 수준이었는데 민영화 소식과 함께 30만원 가까이 상승했다. 이에 SK그룹 내부에서는 인수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고 최종현 회장은 특혜 시비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합당한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며 결단을 내린 바 있다. 

    결국 SK그룹은 정유와 이동통신 인수를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 인수를 결정하며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다. 

    한편 이날 진행되는 첫 변론기일에서는 양측의 입장 및 재산 조사 등 향후 절차 등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