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당국 새 민자방식 검토 KDI에 추가 주문정부 장기 할부…사업자 위험 줄어 '윈윈'KDI, 이달중 결론…재정사업 요금은 민자 수준
  • ▲ GTX B노선 예타 통과 발표.ⓒ연합뉴스
    ▲ GTX B노선 예타 통과 발표.ⓒ연합뉴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노선(송도~남양주 마석) 건설사업이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6조원에 이르는 사업비가 부담스러운 재정당국이 예산 투입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서다.

    재정사업으로 추진돼도 요금은 민자사업인 GTX-A노선과 같은 수준에서 책정될 공산이 커 보인다.

    14일 국토교통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철도업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해 8월부터 진행하는 GTX-B노선의 민자적격성 조사가 이르면 이달내 마무리될전망이다. 당초 국토부가 사업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올 1월쯤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민자적격성 분석(VFM·재정절감률)이 늦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KDI의 분석이 늦어지는 배경에는 재정당국의 예산 운용에 관한 고민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GTX-B노선은 앞선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에서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을 포함하는 시나리오2를 기준으로 총사업비가 5조7351억원으로 추산됐다. 재정당국으로선 단일사업에 6조원 가까운 돈을 쏟아붓기엔 혈세를 써야 할곳이 너무 많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토부 관계자는 "결과 도출이 늦어지는 것은 민자로 사업을 추진할 정도의 분석값이 안 나오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뉴데일리경제 취재 결과 재정당국은 KDI에 새로운 민자사업 방식을 검토해달라고 추가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KDI 분석이 더 늦어지는 이유다. KDI는 수익형 민자사업(BTO)과 임대형 민자사업(BTL)을 혼합한 민자사업방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BTO·BTL 혼합형 민자사업'은 기획재정부가 지난 1월말 열린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에서 도입을 공식화한 사업모델이다. 기재부는 이 모델을 GTX-B노선에 처음으로 적용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BTO는 민간사업자가 사회간접자본(SOC)을 건설하고 일정기간이 지나 소유권을 정부 등에 넘길때까지 시설을 직접 운영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방식이다. BTL은 정부·지방자치단체가 주는 시설임대료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혼합모델은 정부 등이 최대 50%까지 시설임대료를 주고 나머지는 민간사업자가 시설을 운영해 수익을 올리고 투자비를 회수하게 된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기반시설 건설에 100원이 들때 BTO·BTL 혼합방식의 경우 50원은 정부가 임대료로 줄테니 나머지 50원은 민간사업자가 벌어서 메꾸라는 것"이라며 "민간사업자는 투자금의 절반을 정부지급금으로 받으니 위험을 낮출 수 있어 좋다. 정부는 당장 큰돈 들이지 않고 20~30년 장기 할부로 기반시설을 건설할 수 있고 투자자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익률(요구수익률)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GTX-B노선이 일반적인 BTO로는 어려워도 혼합모델이라면 민자사업 추진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 ▲ GTX 노선도.ⓒ연합뉴스
    ▲ GTX 노선도.ⓒ연합뉴스
    정부가 GTX-B노선을 민자로 추진하려는 배경에는 재정사업보다 상대적으로 사업시기를 맞추기 쉽다는 것도 한몫한다는 설명이다. 철도업계 관계자는 "재정사업은 돈을 찔끔찔끔 주니까 사업추진에 애로가 있지만 민자사업은 사업비 조달이 쉬우므로 공사기간 단축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면서 "사업협약을 맺을때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으나 공기를 맞추기가 용이하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GTX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작년 8월 GTX-B노선이 예타를 통과했을 때만해도 국토부는 일러야 문재 대통령 임기말인 2022년말 착공이 이뤄질 거라고 했다. 두달뒤인 작년 10월말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가 발표한 광역교통 2030 비전에서는 내년말 착공으로 사업추진 일정이 앞당겨졌다.
  • ▲ 대심도(大深度) GTX 예상도.ⓒ연합뉴스
    ▲ 대심도(大深度) GTX 예상도.ⓒ연합뉴스
    한때 사업성 부족으로 폐지까지 거론됐던 GTX-B노선은 정부의 정책적 의지로 사업추진이 이뤄졌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GTX-B노선은 2014년 예타에서 경제성분석(B/C)이 0.33에 불과했다. 100원의 돈을 썼는데 그로 인해 얻는 편리함과 유익함은 33원에 그친다는 얘기다. B/C는 1.0을 넘어야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 작년 2월 재예타 중간보고에서도 B/C는 0.8 남짓이었다.

    이 사업은 같은해 4월 기재부가 예타제도를 손질해 지역균형발전 등에 대한 정책적 분석 비중을 높이면서 고비를 넘겼다. B/C는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을 포함한 시나리오2에서 1.0이 나와 턱걸이로 예타를 통과했다.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이 빠진 시나리오1에선 B/C가 0.97이었다.

    B/C에 지역균형발전 등 계층화 분석값을 추가한 종합평가(AHP)에선 시나리오1과 2 모두 기준값(0.5)을 넘겼다. 통상 도시개발계획은 실시계획이 승인된 이후 예타에 반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기 신도시 개발계획의 경우 아직 실시계획이 없는데도 기재부가 시나리오에 반영한 셈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올해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편 GTX-B노선이 재정사업으로 추진돼도 요금은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는 GTX-A노선과 같은 수준에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민자 철도사업이 재정사업보다 꼭 요금이 비싸다고 잘라 말할 순 없다. 사례마다 설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면서 "다만 B노선은 민자사업인 A노선과 같은 GTX서비스를 선보이는 만큼 형평성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로선 GTX-B노선이 재정으로 건설되더라도 요금인하 등의 메리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 ▲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뉴시스
    ▲ 민간투자사업심의위원회.ⓒ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