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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가격대를 기록했다. 원유 생산업체가 오히려 돈을 얹고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사실상 수요가 사라졌다는 의미다.
20일(현지시각) 국제유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과잉공급 우려, 선물 만기 시점이 다가오면서 발생한 매도 포지션 증가, 역대 최저 수준의 해상 저장 규모, 주요 선진국의 경기 침체 소식 등으로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WTI는 전일대비 55.90달러 하락한 마이너스(-) 37.63달러에, 중동산 두바이유는 0.17달러 상승한 20.78달러에 마감됐다.
유럽거래소(ICE)의 브렌트유는 배럴당 2.51달러 상승한 25.5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원유 선물의 실물 인도지점인 오클라호마주 쿠싱(Cushing) 지역 재고충유율이 지난주 금요일(17일) 80%에 달했다고 Genscape가 보도했다.
쿠싱 지역 전체 저장용량은 7600만배럴이며 17일 기준 재고 규모는 6100만배럴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향후 몇주 내로 쿠싱 지역 재고충유율이 100%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현지시간으로 21일 5월물 WTI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저장시설 부족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실물 인수를 꺼리면서 매도 포지션이 급증했다. 장 초반 두 시간 동안은 전거래일 대비 소폭 하락한 채 유지됐으나, 장 마감 두 시간 전부터 매도 포지션이 급증했다.
마이클 트란 RBC마켓 이사는 "단기적으로 현물가격 추가 급락을 제어할 길은 거의 없는 듯하다"며 "정유공장들이 역대급 속도로 원유를 거절하고 있는데다 미국 내 저장탱크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고 논평했다.
일제히 5월물을 팔아치우고 6월물을 사들이면서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왜곡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5월물 만기일(21일)을 앞두고 선물투자자들이 5월물 원유를 실제로 인수하기보다는 대부분 6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선택하면서다.
시장에서는 과잉공급 현상이 지속되는 한 이번과 같은 현상이 재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전 세계 해상 저장 규모가 2주 전보다 두 배 증가한 1억6000만배럴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로이터는 밝혔다. 이는 2009년 금융위기 당시 1억배럴보다 높은 수준이며 시장에서는 향후 몇 주 후에는 2억~4억배럴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정유시설, 저장시설, 파이프라인, 심지어 바다 위의 유조선도 원유로 가득 차 있다"고 전했다.
독일 중앙은행은 정기보고서를 통해 자국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었으며 향후에도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재무성도 자국의 3월 수출 규모가 전년동기대비 11.7%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 10.1%보다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