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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다. 코로나19(우한폐렴) 여파로 실적 악화가 예상된 것과 다른 결과다.
실적을 방어한 듯 보이지만 이는 착시효과다. 환율 영향과 함께 앱티브 합작법인 등 기타 실적이 보태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 1분기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1.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자동차는 23일 서울 본사에서 컨퍼런스콜을 통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863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동기간 매출은 25조3194억, 경상이익 7243억, 당기순이익 5527억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1분기 판매는 90만3371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11.6% 감소한 수치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인한 수요 위축 및 공장 가동 중단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판매가 감소했다"며 " 원화 약세의 우호적 환율 환경, 제품 믹스 개선 등의 영향으로 매출액이 증가했으나, 앱티브 합작법인과 관련한 약 1000억 원의 기타 매출이 발생한 것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1분기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2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자동차 산업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자동차 수요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상현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2분기부터 수요감소로 수출물량 조절이 불가피하다"며 "내수 시장 중심으로 운영을 해 나가려고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경쟁력이 강한 친환경차 중심으로 위기를 극복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 전무는 "현대차의 친환경차는 세계 여러 시장에서 규제를 달성해 나가고 있다"며 "전동화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이 회복될 경우 즉시 대응 가능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전동화 등 수익성 중심의 차종을 최적화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향후 수요 감소에 따른 수익성 하락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판매가 견조한 내수시장에서의 신차 판매 확대와 제품 믹스 개선을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동시에 효율적 재고 관리와 인센티브 운영, 신차 및 SUV 위주의 공급 확대를 통해 해외시장에서의 실적 악화를 만회할 계획이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잇달아 시장에 선보인 신차 덕분에 12만대 가량 출고 물량을 보유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80(1만5000여 대)과 신형 G80(2만2000여 대), 신형 아반떼(1만여 대) 등의 계약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구 전무는 “2019년부터 이어온 신차 효과로 지난달 내수 판매가 증가했다”며 “다만 이러한 흐름은 코로나19(우한폐렴)에 다소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해외 시장의 신차 출시 일정이 일부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우호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유연성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출시된 모델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냈다.
구 전무는 “판매량 감소 등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한 수익성 방어에 힘쓸 것”이라며 “더 뉴 그랜저, GV80 등 판매 단가가 높고 수요가 많은 제품의 믹스 개선이 기대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앞으로 신형 투싼과 부분 변경을 거친 중형 SUV 싼타페, 코나 등을 출시해 믹스 개선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현대차는 이날 일각에서 우려하는 유동성 위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상현 현대차 재경본부장(전무)은 “1분기 말 기준 11조원 규모 현금유동성을 보유 중”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전무는 이어 “현재 전사적 위기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중심으로 유동성 리스크(위험)을 계속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전 세계 시장 수요위축을 감안해도 올 연말까지 유동성 관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상현 전무는 “능동적인 측면에서 법인별로 최적화한 계획을 수립했다”면서 “올 연말까지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동성 관리를 위해 비용 절감 및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판매 확대, 권역별 재고 관리 등을 추진 중”이라며 “중장기적 주주가치 제고 방향성은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