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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평가격인 4·15 총선에서 압승한 문재인 정부가 동해북부선 복원을 계기로 다시 남북경제협력에 드라이브를 거는 가운데 정부가 의욕만 앞선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내년말 사업 착공 시기를 두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철도전문가들은 남측구간만 복원하는 동해북부선은 의미가 없다며 앞으로 북미관계 등 변수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수조원의 혈세만 낭비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국토교통부와 통일부는 27일 4·27 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아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을 열었다. 남북정상은 2년전 판문점선언을 통해 경의선·동해선철도와 개성~평양고속도로 등을 연결하고 현대화하는데 합의했다. 이날 행사는 남북정상선언의 이행의지를 다져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이후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개선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동해북부선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3일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동해북부선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한지 나흘만에 사업 추진 기념식을 열었다.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축사에서 "동해북부선 사업은 남북철도 협력을 준비하는 사업"이라며 "올해말까지 기본계획을 마치고 내년 말 착공을 목표로 속도감 있게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국토부가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철도전문가는 "내년말 착공은 어디까지나 국토부의 말일 뿐"이라며 "일러야 오는 2022년말이나 2023년 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타가 면제됐더라도 기본계획 수립부터 기본·실시설계까지 1년반만에 진행하기엔 무리가 따른다"면서 "단순히 기존 노선을 복원하는게 아니라 선형을 다시 설계하고 건설해야 하므로 물리적으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부연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의 기차는 무거워 동해북부선 선형이 바닷가 연약지반을 피해 안쪽 산악지대로 들어와 설계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인접 마을이나 토지, 역 신설 요청 등의 문제로 지방자치단체와 협의가 길어질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철도전문가는 "국토부가 계획을 밝힐 순 있다"면서 "다만 현실적으로 (내년말 착공은) 쉽지 않은 추진일정"이라고 했다. 그는 "경부고속철(KTX)이나 수서발고속철(SRT)만 봐도 애초 발표한 계획보다 2~4년 늦게 개통했다"면서 "지자체에서 역을 신설해달라는 요청이 많이 있을 수 있어 검토할게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 임기내 착공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두고 정치적 계산이 깔린 포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
철도전문가는 동해북부선이 제 기능을 발휘하려면 대륙철도와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대륙철도 연결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칫 수조원의 혈세만 낭비하게 되는 셈이다. 과거 재정당국이 진행한 동해북부선의 경제성 분석(B/C)은 0.1 수준으로 알려졌다. B/C는 1.0을 넘어야 사업성이 있다고 본다. 즉 100원의 돈을 썼는데 그로 인해 얻는 편리함이나 유익함은 10원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남북·대륙철도 연결을 위해선 북한철도 현대화와 함께 미국과 유엔의 대북 제재가 풀려야만 한다. 철도전문가는 북한이 동해북부선 연결을 원하는 만큼 강릉~제진 단절구간 복원사업에 따라 북한철도 현대화를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 철도전문가는 "과거 김일성 주석이 1994년 6월30일 벨기에 노동당 중앙위원장과 만났을 때 경의선이 연결되면 연간 4억 달러의 돈을 벌 수 있고, 동해안 철길이 연결되면 연간 10억원을 버는 효과가 있다고 했을 정도로 북한은 동해선 철도연결에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지난 2015년 원산~금강산 구간 철도를 현대화하겠다며 외국자본을 유치하겠다는 사업제안을 유례없이 발표한 적 있다"면서 "북한에서 철도와 토지는 혁명을 통한 쟁취물로 그 의미가 특별하다. 그런데도 외국자본에 토지를 출자하겠다는 것은 (북한이) 그만큼 동해선을 경제성 있는 노선으로 본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한반도를 둘러싼 안팎의 정세 불안 등 남은 난제가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미북 대화는 '하노이 노딜'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실정이다. 최근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마저 불거져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등 한반도 정세가 어수선한 상황이다.
한 철도전문가는 "동해북부선 복원은 잃어버린 퍼즐 조각(미싱 링크)을 맞춰 연결한다는 측면에선 잘하는 것"이라면서 "다만 대륙철도 연결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단선 철도 연결의 경제성 등도 따져봐야 한다. (정치적인 결정에 앞서) 면밀히 검토하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