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최악 시나리오 대비현대차, 3년여 만에 회사채 시장 복귀현대로템 등 주력 계열사 자산 매각 속도
  • ▲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사옥 ⓒ뉴데일리
    ▲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사옥 ⓒ뉴데일리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출렁이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선제적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기로 했다. 극심한 판매 부진 등 한파를 겪기 전 ‘실탄(현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의 장기화 등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대비책을 미리 만들어 두겠다는 전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회사채 발행을 목표로 이날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현대차가 회사채 시장에 복귀한 것은 3년여 만이다.

    발행 규모는 총 3000억원이다. 다만 흥행에 성공하면 발행액을 최대 6000억원까지 늘릴 여지를 남겨뒀다. 만기는 3년, 5년, 7년 별로 구성돼 있다. 신규 조달된 자금은 운영비로 사용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말 기준 11조원 규모의 현금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는 올 연말까지 리스크(위험) 관리가 충분한 수준이다. 이 밖에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중심으로 비용 절감과 위기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현대차를 비롯한 계열사의 현금 확보 움직임은 한층 빨라지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전 계열사에 현금성 자산 확보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여파에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경기가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현금이 곧 ‘생존’이 됐기 때문이다.

    며칠 전 기아차는 5년 만에 6000억원 어치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번 회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돈으로 오는 6월 만기가 돌아오는 2500억원을 상환하고 나머지는 운영자금으로 쓸 계획이다.

    조 단위의 유동성 마련 계획도 짰다. 주우정 기아차 재경본부장(전무)은 “당초 계획했던 7조9000억원 규모 유동성에 3조원을 외부조달로 더해 총 10조원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예년 1분기(1~월)에 비해 차가 너무 안 팔린다”며 “경영 환경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인 IHS마킷은 올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2.1% 줄어든 7030만 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기간 승용차 생산도 21.2%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차그룹의 다른 주력 계열사인 현대제철은 서울 잠원동 사옥을 매각한다. 최근 주간사 선정을 끝냈다.

    현대로템은 의왕 연구소 용지 4만2000㎡를 현대모비스에 팔기로 했다. 매각 대금은 878억원이다. 이 밖에 자회사 그린에어 지분(51.0%)을 812억원에 현대제철에 넘길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51개 계열사 소속 임원 1200여 명은 이달부터 급여 2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2016년 이후 4년여 만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업계에 유동성 위기가 빨라지고 있어 지원이 속도를 내야 한다”면서 “회사채 발행, 대출 만기 연장 등 특별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