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인기몰이 후 국내 출시… 니코틴 규제에 ‘찻잔 속 태풍’보건 당국의 사용 중단 권고 후 사실상 활로 찾지 못해상반기 유해성 발표 앞두고 사실상 90% 이상 구조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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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 중단을 강력 권고합니다.”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가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해 내놓은 권고다. 말은 권고지만 사실상 ‘강력’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서 거의 금지조치 된 것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실제 액상형 전자담배는 면세점과 편의점, 대형마트에서 연달아 판매가 중단이 됐다.세계적으로 혁신아이콘으로 주목받던 쥴랩스의 ‘쥴(JUUL)’의 운명이 뒤바뀌던 순간이다. 결국 ‘쥴’은 출시 1년만에 쓸쓸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6일 쥴랩스에 따르면 회사 측은 국내시장에서 ‘쥴’ 사업을 중단키로 하면서 사실상 국내 철수를 공식화 했다. 쥴의 국내 출시 꼭 1년만이다. 국내 법인인 쥴랩스코리아도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쥴랩스코리아는 최근 영업조직 38명을 전원 구조조정하면서 본사에 임직원 단 7명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한때 100여명에 달했던 직원 중 90% 이상이 정리된 셈. 이번 철수 선언 이전에 이미 회사의 형태만 남은 상태였다.미국에서 혁신의 아이콘으로 급부상한 ‘쥴’의 퇴장은 그렇게 소리 없이 조용하게 이뤄졌다.이번 사업중단 결정은 글로벌 쥴랩스 본사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오늘 정오 직전 ‘쥴’ 사업중단에 대한 통보를 갑작스럽게 받았다”면서 “현재 판매중인 ‘쥴’의 처리를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쥴은 액상형 전자담배의 대명사와 같은 제품으로 꼽혔다. 2015년 실리콘벨리에서 탄생한 이후 미국 내 전자담배 시장의 72%를 차지하면서 대표적인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출시가 이뤄진 지난해 국내 담배시장이 요동쳤음은 두말할 것 없다.하지만 실제 국내 시장에서 ‘쥴’의 열풍은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가장 큰 원인은 전세계에서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액상 니코틴에 대한 규제였다. 미국은 니코틴 함량 3%나 5%짜리가 대세인 반면 국내는 규정상 니코틴 함량이 1% 미만으로 제한돼 있다.상대적으로 ‘쥴’의 액상에서 니코틴 농도가 옅어지면서 담배라는 본질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쥴’을 이용하는 소비자 사이에서도 해외에서 액상 팟을 구매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담배업계 관계자는 “국내서 판매되는 ‘쥴 팟’이 순해지면서 소비자의 선호가 크게 떨어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액상 니코틴에 대한 규제로 인해 미국내 판매되는 ‘쥴’에 못 미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실제 국내 경쟁사는 액상 니코틴과 담뱃잎의 캡슐이 함께 사용되는 하이브리드 전자담배를 출시하면서 이 규제에 대응해야만 했다.‘쥴’의 이런 상황에 쐐기를 박은 것은 유해성 논란이었다.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관련 중증 폐질환 사례가 잇따르자 당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을 강력 중단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실제 미국에서 문제가 된 성분 변종대마(THC)와 비타민E 아세테이트 중 국내 액상형 전자담배에서는 THC가 미검출 됐지만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미량으로 나왔다.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한 유해성 여부를 상반기 중 발표할 예정이다.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비타민E 아세테이트가 검출된 후 이를 유력한 폐손상 의심물질로 보고 있지만 현재 원인 규명 중으로 아직 확정 단계는 아니다”라며 “당국이 이 유해성을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결국 쥴랩스코리아의 ‘쥴’은 규제에 막히고 정부 당국의 차이는 상황을 맞이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상반기 중 보건복지부의 유해성 검증 이후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 중단 권고가 해제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정작 쥴랩스코리아는 이 시기를 버틸 체력을 잃어갔다.업계 다른 관계자는 “쥴랩스 코리아가 보건 당국의 구매 중단 권고 이후 편의점과 제품 수를 줄이고 진열 비용을 줄이는 협상을 시도했지만 받아드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결국 판매 부진이 해결되지 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을 포기하기에 이른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쥴랩스 측은 이날 “올해 초 사업의 지속성 확보를 위해 구조조정에 들어갔으며, 상당한 비용 절감 및 제품 포트폴리오 혁신을 위한 노력에 중점을 두었다”며 “그러나, 이러한 혁신이 예상대로 진행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한국에서의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