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부터 中 공장서 OEM 제품 생산 나서현지법상 파오차이 명기 불가피… 'KIMCHI', '신치' 병기는 가능"신치 표기 고민했지만 포기… 중국 소비자 불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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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양식품이 중국 OEM(주문자 상표 부착생산) 제품인 ‘김치라면’ 패키지에 ‘파오차이(泡菜)’를 표기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파오차이는 타국 문화의 기원이 중국이라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동북공정 중 하나로 꼽힌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양식품은 지난 6월부터 중국 현지 업체를 통한 OEM 생산에 들어갔다. 삼양식품이 스프 등 재료를 제공하고 현지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김치라면 외에도 짜장불닭볶음면, 푸팟퐁커리불닭볶음면 등이 있다.

    삼양식품이 드라이브를 거는 제품은 바로 김치라면이다. 올해 상반기 리뉴얼을 통해 김치의 매운 맛을 강조했으며, 중국 청두시에서 개최된 전국당주상품교역회에 부스를 열고 김치라면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현지에서 생산·유통되는 삼양식품 김치라면은 ‘三养泡菜汤面’이다. 채소절임을 뜻하는 파오차이로 표기돼있다. 김치와 파오차이는 제조방식이나 맛에서 전혀 다른데다, 중국이 우리 김치를 자국의 전통 음식이라고 호도하면서 파오차이에 대한 '우리 국민의 불쾌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이유는 있다. 중국에서 김치를 판매하는 경우 김치를 ‘신치(辛奇)’나 ‘김치’로 단독 표기할 수 없다. 중국 식품안전국가표준(GB) 등 현지법령상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명칭을 표기해야하기 때문이다. 다만 KIMCHI, 신치 등을 병기할 수 있다.

    중국에 김치 또는 김치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다른 국내 기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지법을 어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부분 ‘KIMCHI’ 등 소비자가 한국의 김치임을 인지할 수 있도록 표기했다.

    삼양식품은 피치못할 결정이었다고 말한다. 중국 관련 사업을 하면서 현지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신치’ 표기도 적극 검토했지만 이 역시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어 포기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삼양식품 수출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삼양식품의 3분기 누적 중국 매출은 약 16억 위안, 우리 돈으로 3077억원에 이른다. 이는 전체 수출액인 9406억원의 32%에 달한다.

    현지 법을 따르고, 현지 소비자가 인식하는 표기를 하는 것이 무슨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찌됐건 우리 정부가 신치를 알리고 있고, 병기가 가능함에도 이를 제외한 것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불과 십수년 전만 하더라도 중국인들은 서울을 한청(漢城의 중국 발음)이라고 불렀다. ‘서울’이 중국에 없는 단어라는 이유였다. 공항에서도 한자로 ‘漢城’이 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적 노력으로 지금 서울은 말 그대로 서울로 불린다.

    김치 표기를 두고 삼양식품이 ‘할 수 있음’에도 고민 끝에 ‘하지 않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신치’로 표기해 중국시장에 출시할 경우 자국문화중심 사상이 강한 중국 특성상 당사 제품의 불매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피치 못할 선택이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