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글로벌 공략 위해 '신라면 똠얌' 드라이브태국 출시 이후 1년간 700만봉 판매아시아·유럽 등 14개국 수출 확대
  • ▲ 쩨파이 셰프가 자신과 함께 협업해 선보인 신라면 똠얌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농심
    ▲ 쩨파이 셰프가 자신과 함께 협업해 선보인 신라면 똠얌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농심
    ‘북극에서 에어컨을 팔고 사막에서 보일러를 판다’는 이야기가 있다. 세일즈 역량과 고객유치 전략을 설명하며 주로 나오는 예시 중에 하나다. 진정한 영업이라면 장소와 제품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북극과 에어컨, 사막과 보일러처럼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를 배치함으로써 강한 인식을 남길 수 있다. 태국에서 똠얌 라면을 판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의아했던 것도 이 때문일까.

    지난 11월 19일, 서울 동작구 농심 도연관에서 진행된 농심DAY는 ‘신라면 똠얌’을 주제로 진행됐다.

    신라면 똠얌은 지난 11월 태국에서 출시된 신라면의 글로벌 제품이다. 농심의 메가스테디셀러 제품인 신라면을 베이스로 똠얌 테이스트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스트리트 푸드로 미슐랭 1스타를 받은 방콕의 ‘쩨파이’ 셰프와 협업해 선보였다.
  • ▲ 실제 똠얌꿍에 들어가는 다양한 식재료들. 신라면 똠얌의 후첨 페이스트 역시 정통적인 식재료를 모두 사용했다.ⓒ조현우 기자
    ▲ 실제 똠얌꿍에 들어가는 다양한 식재료들. 신라면 똠얌의 후첨 페이스트 역시 정통적인 식재료를 모두 사용했다.ⓒ조현우 기자
    똠얌은 특유의 독특한 맛과 향으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음식이다. 갈랑갈, 고수, 레몬그라스, 민트, 카피르라임잎 등 다양한 향신료를 넣어 복잡하면서도 새큼달큼한 맛이 특징이다.

    일각에서는 똠얌을 프랑스의 부야베스, 중국의 샥스핀과 함께 ‘세계 3대 스프’로 말하기도 하지만 사실 기원은 없다. 다만 그만큼 널리 알려졌다는 정도로만 이해하면 된다.

    신라면 똠얌은 현재 국내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제품으로, 국내 소비자가 맛보기 위해서는 ‘역직구’ 또는 태국에 방문한 지인에게 요청하는 방법밖에 없다.

    가장 궁금한 것은 맛보다도 ‘기획 의도’였다. 태국 입장에서는 외국기업일 뿐인 농심이 만든 똠얌 라면이라니. 마치 태국 라면제조업체가 국내에서 김치찌개라면을 출시하는 느낌이 아닐까.

    출시 1년이 지난 현재 다행히도 시장에 안착하고 있다. 한국 돈으로 300~400원 하는 현지 라면 가격보다 몇 배는 비싼 2500원 수준이지만, 현재까지 누적 판매량은 700만봉에 달한다.

    농심 관계자는 “신라면 똠얌은 글로벌 출시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제품”이라면서 “실제로 이달부터 아시아, 유럽, 오세아니아 등 14개 국가로 수출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 ▲ 농심 신라면 똠얌 연구원이 직접 끓인 신라면 똠얌. 후첨 페이스트를 넣자마자 특유의 풍미가 퍼진다.ⓒ조현우 기자
    ▲ 농심 신라면 똠얌 연구원이 직접 끓인 신라면 똠얌. 후첨 페이스트를 넣자마자 특유의 풍미가 퍼진다.ⓒ조현우 기자
    지난해 11월 출시된 신라면 똠얌은 국물라면과 볶음면 두 종이다. 조리 방법은 우리가 먹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물라면은 끓는 물에 면과 스프를 넣고 조리한 뒤 마지막에 불을 끄고 후첨 페이스트를 넣어 먹으면 된다.

    면과 스프를 넣자 너무나도 익숙한, 신라면의 풍미가 났다. 한편으로는 신라면과 똠얌이 섞이면 이도저도 아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조리를 마치고 후첨 스프를 뜯자, 순식간에 똠얌의 풍미가 코끝으로 밀려왔다.

    첫 젓가락을 입에 넣자, 똠얌을 처음 먹었을 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게 뭐지, 무슨 맛이지’ 싶다가도 계속 먹게되는 그 특유의 맛. 복잡한 풍미가 휘물아쳤다가 뒷맛은 익숙한 신라면의 매운 맛으로 마무리된다. 맵기도 상당하다. 강렬하게 몰아친다기보다 은은하면서도 먹고 나면 입 안에 남는 기분 좋은 매운 맛이 특징이다.
  • ▲ 비주얼로는 기존 신라면 볶음면과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풍미가 강렬하다.ⓒ조현우 기자
    ▲ 비주얼로는 기존 신라면 볶음면과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사진으로 담을 수 없는 풍미가 강렬하다.ⓒ조현우 기자
    반면 볶음면은 시작부터 강렬하다. 스프를 넣고 비빌 때부터 매콤한 향이 찔러온다. 신라면 볶음면을 베이스로 해서인지 특유의 ‘辛’자가 그려진 빨간 어묵도 눈에 띈다. 첫 입부터 삼킬때까지 강렬한 매콤한과 똠얌의 향이 가득 찬다. 볶음면이어서 그런지 국물라면보다 더 매운 느낌이다.

    ‘온전히 똠얌의 맛과 향을 살렸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다만 똠얌을 베이스로 조화로운 라면을 만들어 냈느냐고 묻는다면 ‘맞다’.

    아쉬운 점은 국내 출시되지 않는 제품이라 직접 맛보기 힘들다는 것. 정말 한 봉지에 3500~4000원이나 되는 돈을 주고 역직구를 해야만 하는 걸까.
  • ▲ 재료 자체는 간단하지만, 일부러 구매해서 만들어 먹기에는 사실 번거롭다.ⓒ조현우 기자
    ▲ 재료 자체는 간단하지만, 일부러 구매해서 만들어 먹기에는 사실 번거롭다.ⓒ조현우 기자
    방법은 있었다. 육개장 사발면과 몇 개의 재료를 활용해 또 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남영동에서 유명한 ‘남영탉’에서 직접 메뉴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던 ‘탉개장’ 방식이다.

    레시피는 간단하다. 똠얌 페이스트 약간과 미니 새송이, 뜨거운 물에 살짝 데친 자숙새우, 라임, 고수면 충분하다. 고수를 제외한 모든 재료와 끓는 물을 육개장 사발면에 붓고 3분이면 완성이다.
  • ▲ 수고스러움이 들지만,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조현우 기자
    ▲ 수고스러움이 들지만,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조현우 기자
    육개장 사발면 특유의 가느다란 면에 스며든 똠얌 풍미는 정말 색달랐다. 마치 흑백요리사에서 최현석 셰프가 말했던 ‘특별한 익숙함’이랄까. 익숙한 육개장 면발과 국물에서 느껴지는 똠얌의 풍미는 단순한 사발면을 하나의 일품요리로 느껴지게 하기 충분했다. 오히려 신라면 똠얌보다 이게 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다만 똠얌 페이스트와 고수, 미니새송이 등을 구비하기 어려운 집에서는 여전히 신라면 똠얌이 해답이다. 어쩌면 조만간 역직구 외에도 다른 방법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농심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국내 출시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