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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이 추진 중인 ‘이스타 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인수 주체인 제주항공의 실적이 크게 떨어진 데다 코로나19 여파로 곳간 사정이 변변치 않아서다. 든든한 지원군 역할이 기대됐던 모기업 애경도 같은 위기로 휘청이긴 마찬가지다.
제주항공은 11일 현재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한 해외결합심사를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말 양사 결합을 승인했다. 해외 심사는 베트남, 태국 두 곳에서 진행 중이며 관련 업무는 현지 로펌이 담당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재 베트남, 태국에서의 기업결합심사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현재는 정확한 거래 완료 시점을 예상하기보다는 남은 절차에 집중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선 우려가 나온다. 인수에 착수했던 지난해와는 시장상황이 크게 바뀌어 인수와 이후 경영전략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다.
올 1분기 제주항공이 수백억대 적자를 봤다는 점이 특히 부담이다. 일본 불매운동 등 지난해부터 이어온 어려움으로 부쩍 높아진 부채도 무시할 수 없다.
제주항공은 지난 1분기 657억원의 손실을 냈다. 매출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약 40% 떨어진 2292억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 실적은 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짙다. 해외 노선이 전부 막힌 ‘셧다운’ 현상이 지난 3월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진다는 점을 반영해서다.
부채비율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약 351%다. 1년 전 2018년 말 비율인 169%와 비교해 두 배나 높아졌다. 노(NO) 재팬 운동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비용 증가 요인 때문이다.
총부채를 보유 자본으로 나눠 구하는 부채비율은 재무건전성을 판단하는 지표다. 계산 값이 200%를 초과하는 경우 재무구조가 건강하지 않은 회사로 판단한다. 증권가는 현 상황 지속 시 올해 말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이 1000%를 넘어설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원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모기업 애경그룹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그룹 주요 사업인 화학(애경유화), 생활용품·화장품(애경산업) 부문도 올 1분기 들어 수익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들 계열사도 코로나19 여파로 최근 매출과 영업이익이 반 토막 난 처지다.
현재로서는 이스타 인수금 545억원을 마련할 여력도 없어 보인다. 산업은행에서 지원하는 2000억원의 인수금융이 아니면 딜 성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회사를 사들이는 것도 문제지만, 인수 후 들어갈 이스타 경영정상화 비용도 골칫거리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 주체인 애경과 제주항공도 코로나19 등 시장 변화로 자체 수습이 필요해 관련한 고민이 클 것”이라며 “자본잠식 등 이스타의 재무구조가 심각하게 망가져 있다는 점도 상당한 부담 요인”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