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품질 유지 및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 방지 의무 담겨카카오, 네이버 등 인터넷 사업자들 "기술·관리적 여력 없어"망 이용료 '이중 부담', 민간 사업자 '사적 검열' 강제 우려해외 기업 규제 집행력 없어국내 기업만 규제하는 '졸속 입법'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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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 기업(CP)의 '망 무임승차'를 방지하고, 인터넷 사업자 의무를 강화한 'n번방 방지법'이 9부 능선을 넘었지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통과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해당 법안을 둘러싸고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졸속 입법'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따르면 지난 7일 전체회의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국회 본회의 일정만 남겨둔 상태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는 콘텐츠 사업자에게 인터넷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한 의무를 부과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서비스 품질을 저하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CP와 국내 인터넷 업계는 전기통신 서비스 안정화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해야하는 의무를 진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성착취 영상물의 유통·판매 사건인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한 이른바 'n번방 방지법'이다. 인터넷 사업자에 유통방지 책임자 지정, 불법촬영물 처리에 대한 투명성 보고서 제출 등 디지털 성범죄물 유통 방지를 골자로 한다.

    하지만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은 사적 검열·국내 업체 역차별 등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벤처기업협회·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 질의서도 보낸 상태다.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인터넷 기업들은 매년 수백억씩 이통 3사(KT·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의 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사용료를 내왔다. 반면 넷플릭스 같은 해외 CP는 국내 통신사 망을 이용하면서도 사용료를 내지 않아 질타를 받고 있다. 문제는 이번 개정안에 통신사 품질 유지를 CP에게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의무를 부여하면서다.

    인터넷망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것은 통신사 본연의 업무인데, CP에게 망 품질 책임을 지우는 것은 통신사만 고려한 처사라는 비판이다. 이미 통신사들에 지불하는 망 사용료를 '유지비'를 명목으로 이중으로 부과될 수 있다는 것. 결과적으로 통신사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인터넷 사업자들은 불리한 상태에 놓이는 '역차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n번방 방지법 역시 사생활 보호, 통신비밀 보호, 표현의 자유, 직업수행의 자유, 사적 검열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인터넷 업계는 불법 촬영물에 대한 유통방지 의무를 위해 이용자의 사적 공간에까지 기술적·관리적 조처를 하라는 것은 민간 사업자에 사적 검열을 강제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이메일·개인 메모장·비공개 카페 및 블로그·클라우드·메신저 등을 꼽을 수 있다.

    또한 개정안의 '역외 규정'에 대해서도 해외 사업자에게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없다고 덧붙인다. 국제사법 공조없이 글로벌 CP를 규제하는 것은 FTA(자유무역협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CP를 규제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국내법으로 규제할 근거도 없는 '국내 CP 옥죄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국내 사업자에게만 또 하나의 의무가 추가되는 '중복 규제'에 불과하다"며 "국회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형식·절차 요건조차 무시하며 졸속으로 입법 처리를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