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용일 금감원 부원장, 31일 자본시장 현안 관련 긴급 브리핑"고려아연 분쟁 시장 우려 인식…권한 최대한 활용해 살펴볼 것""공개매수‧유상증자 동시 진행 과정 법 위반 여부 신속히 점검""신한證 내부통제 미비 확인…개인‧회사 차원 처벌 수위 셀 것"
  • ▲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 ⓒ홍승빈 기자
    ▲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 ⓒ홍승빈 기자
    금융감독원이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예고했다. 

    최근 시장의 불안과 우려를 충분히 인식, 고려아연이 지난 30일 제출한 2조5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서의 충실 기재 여부 등을 살펴보고, 진행 중인 불공정거래 조사와도 연계해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31일 금융감독원은 함용일 자본시장·회계 부문 부원장 주재로 기자 간담회를 열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부터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안, 신한투자증권 파생상품 거래 손실 사건 등 자본시장 전반 이슈에 대한 당국 대응 방향 및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에 따라 공개매수 경쟁이 과열되며 시장 교란 우려를 빚은 바 있다. 이에 금감원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불공정거래 조사와 고려아연·영풍에 대한 회계 심사를 진행한 바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둘러싼 고려아연과 MBK‧영풍 연합의 공개매수 경쟁 과정에서 단기에 관련 주가가 급등하고,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까지 유통되면서 투자자 혼란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밖에 두산그룹은 사업구조 재편 과정에서 소액주주 침해 논란이 일었다. 신한투자증권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조성자(LP) 역할에서 벗어나 초과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 선물 매매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금감원은 신한투자증권에 대해서도 검사에 나선 상태다.

    이날 함용일 부원장은 전일 고려아연이 발표한 대규모 유사증자와 관련해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불법 행위가 발견될 시 엄정한 행정조치와 적극적인 수사기관 이책 등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함 부원장은 "유상증자의 목적, 배경, 회사와 기존 주주에 미치는 영향, 증자가 공개 매수 시 밝힌 주주 가치 제고에 부합되는지 여부, 관련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기재되어 있는지 등을 살펴볼 것"이라며 "시장과 투자자가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해 철저히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공개매수 기관 중 유상증자를 동시에 추진한 경위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살펴볼 것"이라며 "부정한 수단을 사용하는 등 위법 혐의가 확인되는 경우 해당 회사뿐만 아니라 관련 증권사에 대해서도 엄중히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함 부원장은 이와 함께 금감원이 현재 고려아연과 MBK‧영풍 양측의 공개매수 과정에서 근거 없는 특정 세력과의 결탁설, 주주 간 계약 및 공개매수 규모와 관련 각종 풍문 유포, 공시 서류 간 모순되는 내용을 활용한 위계 사용 등의 부정거래 행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 정보 등 임직원 및 내부자의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라며 "개연성 있는 혐의 내용을 중심으로 이미 구성된 조사 TF에서 집중 조사 중이며,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신속히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함 부원장은 이어 "이날 공개매수 사무 취급자이자 유상증자의 모집 주선인인 증권사에 대한 검사를 착수했다"라며 "특히 공개매수와 유상증자가 동시에 진행된 과정 등에 있어 법 위반 여부에 대해 신속히 점검하고 처리하겠다"라고 덧붙였다.
  • ▲ ⓒ신한투자증권
    ▲ ⓒ신한투자증권
    두산그룹 계열사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의 합병과 관련해선 투자자에게 더욱 정확한 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정정신고서를 면밀히 심사하겠다고 전했다. 금감원은 앞서 두 기업의 합병 증권신고서를 두 차례에 걸쳐 정정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함 부원장은 "그간 금감원은 주어진 심사 권한 내에서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 및 가치 산정 방법 등이 상세히 공시되도록 요구해 왔다"라며 "두산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제기된 가평가액 산정 방식 문제점에 대해서는 유관기관과 함께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의 대규모 손실과 관련해선 엄중한 처벌을 예고했다. 내부통제 설계와 운영상 문제점이 어느 정도 확인된 만큼 개인과 회사에 대한 처벌 수위가 셀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함 부원장은 "우선 1300억 원대 손실이 발생한 것에 대해선 보고가 됐고, 추가적인 손실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라며 "신한투자증권뿐만 아니라 다른 LP 취급 증권사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내부통제가 회사마다 다르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직원의 개인적인 문제와 조직의 문제가 모두 크게 노출됐다"라며 "조직적인 설계 운영상의 문제점이 크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최대한 강하게 조치가 나갈 수밖에 없고, 개인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함 부원장은 마지막으로 "이날 발표한 문제들은 현재 자본시장의 핵심 화두인 밸류업, 지배구조 개선 등의 이슈와 맞닿아 있다"라며 "우리 자본시장의 수준 향상과 개혁 의지를 시험케 하고 시장과 투자자의 기대에 크게 어긋날 수도 있어 당국으로서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