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시장 20% 축소 전망...국내 소비 살아나도 해외판매 불안주요업체들 실적악화에 초비상...투자 축소 이어져정부에 손 벌리기 본격화...적기 지원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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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자동차 공장들이 이달 들어 속속 문을 열고 있지만 정상가동은 하지 못하고 있다. 판매가 살아날 조짐이 약해 무턱대고 만들어둘 수는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세로 볼 때 2분기에는 자동차 시장이 바닥을 찍고 나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오지만 여전히 전망은 불투명하다.

    세계적인 기업들은 이미 투자를 줄이고 정부에 손벌리기에 나섰다. 국내업체들도 해외 부진이 장기화하면 내수시장이 살아나도 버티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선 현대·기아차는 해외공장 대부분을 오픈했다. 멕시코에 위치한 기아차 공장만 아직 재가동 일정이 미정인 상태다.

    공장 문은 열었지만 기본 3교대가 아닌 1교대 수준으로 부분 가동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생산량을 정상화시키기까진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유럽 공장들이 먼저 문을 열었고 미국에서도 가동을 재개하는 곳들이 하나둘 나오고 있지만 현대·기아차와 마찬가지로 1교대 일부 가동만 이뤄지고 있다. 그나마도 멕시코 부품공장 생산재개가 불확실해져 미국에 있는 벤츠 공장은 다시 문을 닫았고 GM 등은 18일 오픈에 차질이 생긴 상황이다.

    무디스는 당초 올해 세계 자동차 시장이 14%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지만 최근 보고서에선 마이너스 20%로 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지난 4월엔 영국과 이탈리아, 프랑스, 러시아 등에서 자동차 판매가 급감한 바 있다. 영국과 이탈리아가 각각 97% 감소했고 프랑스가 89%, 러시아가 72% 감소세를 나타냈다. 독일은 그나마 61% 감소하는데 그치며 선방했다는 평가다.

    중국은 판매량을 다소 회복하는 모습이었다. 중국자동차협회에 따르면 4월 신차판매가 4.4% 늘며 21개월만에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5월도 4월 못지않게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어려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업체들도 수출이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월 초반 승용차 수출액은 마이너스 80%를 기록했다. 4월에는 마이너스 36.3%였다. 수출대수도 12만3906대로 44.3% 감소했다. 지난해 완성차와 부품 수출액이 650억 달러를 넘었지만 올해는 500억 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 수 있다고 예측된다.

    수출 감소로 국내 공장에도 일감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국내시장이 버텨주더라도 수출이 줄면 공장 가동을 멈출 수 밖에 없다.

    이미 지난 5월 초 연휴기간에 맞춰 업체들은 긴 휴업시간을 가졌다. 기아차는 소하리1·2공장을 22~25일, 광주 2공장을 25~29일 휴무할 예정이다.

    한국GM은 15일 부평1공장이 휴무였다. 트레일블레이저 미국 수출에 어려움이 있고 코로나19로 동남아 지역에서 생산하는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겨 하루 단위로 생산계획을 짜는 비상상황이다.

    르노삼성차는 4월 30일부터 5월 10일까지 닫은데 이어 15, 22, 28, 29일을 주말에 붙여 쉬면서 생산량을 조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쌍용차는 라인별 순환 휴업으로 다음달 8일 조업을 멈출 예정이다.

    올해는 글로벌업체들도 실적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고 투자도 축소하는 분위기다.

    도요타는 올해 영업이익이 5000억 엔으로 지난해 대비 79.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판매량도 20% 줄어 금융위기 때보다도 충격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혼다는 지난 1분기에 4년 만에 최소 판매량을 기록한 바 있고 올해 실적 전망은 밝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GM은 지난 1분기 미국 완성차 3사 중 유일하게 적자를 면했지만 순이익이 87% 줄어 2억9400만 달러로 급감했고 FCA는 18억 달러, 포드는 20억 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이어 2분기에는 매출이 더 줄 것으로 내다봤다.

    BMW는 2분기 영업손실을 예상하며 올해 실적 전망치를 낮췄다. 폭스바겐도 올해로 예상했던 미국 내 흑자전환 시기를 연기한다는 입장이다.

    투자에 집중할 시기에 코로나19로 어려움도 깊다.

    BMW는 코로나19에 대응해 투자액을 57억 유로에서 40억 유로 미만으로 줄인다고 밝혔다. 폭스바겐과 포드도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개발에서 공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완성차와 부품업계는 32조 원의 유동성 지원이 시급하다고 정부에 건의했다. 미국에선 미시간주 의회가 재무부에 중소 부품업체에 코로나 구제금융 투입을 요청했고 프랑스 정부는 일자리를 본국으로 이전하는 자동차 업체만 지원한다는 조건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FCA는 68억 달러 규모 유동성 지원을 두고 이탈리아 정부와 협의에 나섰다. 마쓰다도 일본 은행 3곳에 구제금융 28억 달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산업연합회는 이미 2차 협력업체는 30% 수준까지 떨어진 곳이 많기 때문에 적기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