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주가 전일 대비 8.52% 하락 마감주주 반발·금감원 압박에도 유상증자 추진하기로"본업 연관성 낮아" 투자자 우려 확산
  • 반도체 기판 제조사 이수페타시스 주가가 급락했다. 그간 논란이 됐던 이차전지 소재 기업 제이오 인수를 위한 유상증자를 강행할 것으로 알려진 영향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수페타시스는 전장 대비 8.52% 내린 2만6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는 장 중 보합권을 유지하다 유상증자 강행 방침이 전해진 직후 급락해 한때 13%가량 빠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수페타시스는 이날 소액주주연대와 면담에서 제이오 인수는 계약 사항으로서 철회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8일 이수페타시스는 제이오 지분 인수를 위해 5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소액주주연대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도체 기판을 만드는 이수페타시스가 2차전지 소재 제조사인 제이오를 주주 돈으로 인수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시 오전에 이사회를 열어 유상증자를 결정했음에도 '올빼미 공시'를 통해 알린 점도 투자자들의 공분을 샀다.

    논란이 되자 당국도 제동을 걸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두 차례 이수페타시스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선 두산로보틱스, 고려아연처럼 유상증자 계획을 철회할 것이란 기대가 커졌지만 회사 측은 결국 강행하기로 한 것이다. 

    소액주주연대는 사측과의 면담에서 ▲임시 주주총회 개최 ▲기업가치 회복 방안 마련 ▲주주와의 소통 직책 신설 등을 제안했으나 "회사 측은 원론적인 답변만 할 뿐 어떠한 확답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이수페타시스의 제이오 인수를 위한 유상증자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연말 기준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가 가장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된 종목은 이수페타시스로 나타났다. 평균 목표주가는 지난 9월 말 6만7250원에서 지난 12월 3만3571원으로 50.1% 하락했다.

    국내 증시의 '큰손'인 국민연금도 이수페타시스를 팔아치우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이수페타시스 주식 208만9753주를 팔았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의 이수페타시스 지분율은 10.74%에서 7.43%로 3.31%포인트 감소했다.

    시기상 이수페타시스가 제이오 인수와 증설을 위한 유상증자 결정 강행 의지를 보인 때와 맞물린다.

    권태우 KB증권 연구원은 "고부가 네트워크 수요 증가 등에도 불구하고 성과급과 관련된 일부 일회성 비용으로 인해 4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며 "또한 제이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회성 비용과 유상증자로 주당순이익이 희석돼 투자 리스크를 유발했다"고 분석했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제이오는 탄소나노튜브(CNT)를 주력으로 하는 이차전지 소재 기업으로 이수페타시스 본업과의 상관성이 크지 않다"며 "기업은 MLB 단일 사업 구조 탈피를 위한 신규 사업 진출이라는 명분만으로는 주주가치 훼손이 동반되는 유상증자가 합리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