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10개월… 곤두박질"버티자" → "나서지 않으면 죽는다"할인-무이자-무상교환-TV광고-사회공헌활동 등 안간힘
  • ▲ 2017년 서울모터쇼 당시 일본 인피니티의 차량이 전시된 모습. ⓒ뉴데일리
    ▲ 2017년 서울모터쇼 당시 일본 인피니티의 차량이 전시된 모습. ⓒ뉴데일리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수입 자동차 업계에서 유례없는 수준의 판매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10개월째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일본 업체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는 모습이다. 

    이들은 그동안의 콧대를 낮추고 할인 혜택을 마련하는 등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2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등에 따르면 렉서스는 불매운동이 확산한 지난해 8월부터 9개월간 4743대를 파는 데 그쳤다. 1년 전(1만1962대)과 비교해 60.3% 급감했다. 같은 기간 토요타는 53.0% 줄어든 5081대를 기록했다.

    판매 대수가 늘어난 곳은 하나도 없었다. 혼다의 경우 52.9% 뒷걸음질 친 3762대의 실적을 올렸다. 한국닛산은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동안 1667대를 팔았다. 1년 전(3450대)보다 51.6% 미끄러졌다. 이 기간에 인피니티도 888대에 그쳐 45.4% 뚝 떨어졌다.

    일본 차는 2018년부터 독일발(發) 디젤 게이트 덕에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업계 전반의 ‘탈(脫) 디젤’ 움직임에 하이브리드 중심의 판매 전략이 먹혀들어 반사이익을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승세는 1년도 채 가지 못했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의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불매운동의 충격은 컸다. 일본 업체는 미디어 간담회 등 공개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판매 영업은 사실상 중단되면서 실적 악화가 심각해졌다. 

    차를 파는 딜러는 판매수당이 깎여 월급을 적게 받거나 단축 근무에 들어갔다. 토요타의 주요 딜러사 중 하나인 베스트토요타의 경우 지난 한 해 6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2018년(93억원) 대비 27.4% 쪼그라들었다.

    특히 닛산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등 2005년 국내 영업을 시작한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모든 경영시계가 멈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그동안 버티자는 분위기 였다면, 이제는 나서지 않으면 죽는다는 상황이 됐다”고 토로했다.
  • ▲ 2017년 서울모터쇼 당시 일본 혼다의 CR-V가 전시된 모습. ⓒ뉴데일리
    ▲ 2017년 서울모터쇼 당시 일본 혼다의 CR-V가 전시된 모습. ⓒ뉴데일리
    최근 들어 일본 업체의 대응 기조는 바뀌고 있다. 불매운동을 계기로 ‘할인이나 판촉 활동 없어도 잘 팔린다’는 태도를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렉서스와 토요타는 이달 들어 최대 현금 400만원 할인, 무이자 할부 상품, 엔진오일 무상 교환 등을 도입했다. 이들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상황은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로 평가 받는다. 

    이뿐 아니라 프로야구 시즌 개막에 맞춰 대대적인 TV 광고 등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코로나19(우한폐렴) 위기 극복을 위해 1억원이 넘는 기부금을 전달하기는 등 사회공헌활동도 강화하는 추세다.

    혼다의 경우 신차 공백 속에서 잘하는 사업 부문인 오토바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엔 ‘캐주얼 크루저 레블 500’, ‘CRF1100L 아프리카 트윈’ 등을 출시했다.

    닛산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겠다”면서 딜러망 등 사업 운영 구조 재편에 들어갔다.

    한 관계자는 “할 수 있는 일은 찾아내서 해나가야 한다는 취지”라며 “상품성을 높이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등 소비자의 선택, 신뢰를 되찾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