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공룡 롯데쇼핑의 숨가뿐 변신… 온라인 분야 비중 확대통합 온라인몰 롯데온 출범과 동시에 오프라인 점포 폐점 중‘변하지 않으면 도태된다’ 위기의식… ‘옴니채널’ 추진
  • 최근 유통업계의 화두는 ‘위기’다. 수년간 소비가 줄어드는 경제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닥치면서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동시에 이를 ‘기회’로 삼으려는 노력도 지속되고 있다. 패러다임이 변하는 순간에는 늘 변화를 통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았다. 위기를 양분으로 기회를 찾는 유통기업들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편집자주>

    롯데쇼핑은 최근 유통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곳 중 하나다. 대표적인 사업인 백화점과 대형마트에 대해 비수익 점포의 강도 높은 폐점을 선언한 동시에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의 장점을 통합한 롯데온(ON)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를 위해 조직도 각자대표 체제에서 단일 대표이사 체제로 개편되기도 했다. 이런 롯데쇼핑의 변화에는 유통업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깔려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다.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그야말로 ‘칼을 갈고 있다’는 표현이 제격이다. 오고 있다. 최근 앞다퉈 신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기 때문. 이 중에는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유통업계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도 있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롯데마트의 체질변화다. 롯데마트는 그동안 전통적인 대형마트의 영업에서 벗어나 온라인 유통을 강화하는 중이다. 중계, 광교점에 도입한 ‘바로배송’이 대표적이다. 

    ‘바로배송’은 온라인으로 주문 후 최대 2시간 이내 상품을 배송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롯데마트는 중계점 기준으로 매장 내 총 155m의 천장 레일과 총 4개의 수직 리프트(피킹스테이션)를 설치해 매장 내 주문 상품을 후방의 배송장으로 이동이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롯데마트는 이런 형태의 ‘스마트 스토어’는 연내 2개를 추가로 오픈, 2021년에는 12개까지 수를 늘려 운영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후방의 자동화 패킹 설비를 설치하는 ‘다크 스토어’ 형태의 매장도 연내 14개, 내년 29개까지 오픈한다.

    비단 롯데마트만의 변화는 아니다. 롯데쇼핑의 자회사 롯데하이마트는 이달부터 스마트폰에서 화면을 보며 결제하는 ‘보이는 ARS’ 서비스와 홈인테리어 상담 중개 플랫폼을 신규 온라인서비스로 선보이는 중이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지난 2월부터 배달 앱 ‘요기요’ 등 물류 스타트업과 함께 편의점 먹거리 배달 서비스를 개시했다. 모두 온라인에 중점을 둔 서비스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달 오픈한 롯데쇼핑의 통합 온라인서비스 ‘롯데온(ON)’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각별하다. 롯데쇼핑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백화점, 마트는 물론이고 홈쇼핑, 하이마트, 편의점, 롭스 등을 총망라한 온라인 서비스가 시작된 것이다. 롯데쇼핑은 롯데온을 통해 2023년 매출 20조원을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 ▲ 롯데마트에서 선보인 바로배송 시스템.ⓒ롯데쇼핑
    ▲ 롯데마트에서 선보인 바로배송 시스템.ⓒ롯데쇼핑
    유통업계의 공룡으로 불리는 롯데쇼핑이 기존 업태를 뒤흔들 정도의 변화를 추구하는 셈이다. 

    실제 롯데쇼핑의 오프라인 분야의 비중은 빠르게 축소되는 중이다. 롯데쇼핑은 2분기 롯데백화점 영프라자 1곳과 롯데마트 3곳을 폐점하고, 하반기에 백화점 4개점, 롯데마트 13개점을 추가로 폐점할 예정이다. 롯데쇼핑은 앞서 3~5년에 걸쳐 200여개 점포를 정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여기에는 롯데슈퍼, 롭스 등이 포함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쇼핑은 대대적인 점포 구조조정과 함께 온라인 영역을 강화하면서 무게중심을 기존 유통업에서 온라인을 포함한 유통업으로 가져가는 중”이라며 “지금까지 업계에의 관심사는 오로지 점포 확장이었지, 이런 대규모 변화를 전사적으로 추진하는 사례는 전무했다”고 전했다. 

    실제 이런 롯데쇼핑의 전략의 배경에는 ‘위기감’이 자리하고 있다. 전통적인 유통방식으로는 성장과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 여기에서 롯데쇼핑은 기존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보유하지 못한 오프라인 유통망을 적극 활용한 ‘옴니채널(omni-channel)’이 활로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3월 주총에서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하고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통해 시장의 틀을 바꾸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롯데쇼핑의 변화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기대는 적지 않다. 코로나19 이후 본격화될 새로운 기준점 ‘뉴 노멀’ 시대에서 비대면, 온라인 유통의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유통업이 선진시장의 특성과 발전을 벤치마킹해왔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그 누구도 걷지 않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며 “최근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위기는 이런 유통업계의 변화와 발전을 더욱 앞당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