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분기 연속 적자… '지배권 포기' 압박 독자회생 불가능… 산은 '지원 명분' 고심
  • 산업은행이 생사기로에 놓인 쌍용차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쌍용차 최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차 지배권을 포기할 수 있다"며 사실상 쌍용차 포기 의지를 공식화하면서다. 

    당장 쌍용차는 내달 산업은행에 차입금 9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최대주주가 포기 의사까지 밝힌 마당에 채권단이 나서서 추가 지원하기엔 명분이 없다. 또 쌍용차 위기가 코로나19 때문인 것으로만 보기도 어려워 기간산업기금 활용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 13분기 연속 적자… '지배권 포기' 압박 

    12일(현지시간)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은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수익성이 뚜렷하지 않은 사업은 파트너십을 모색하거나 접을 것"이라며 "쌍용차의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1분기 순손실이 1935억원으로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동안 7000억원을 투자했으나 현재 지분가치는 2400억원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이 지분을 모두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마힌드라의 쌍용차 '거리두기'는 지난 4월부터 예고돼 왔다. 당시 마힌드라는 2300억원의 투자계획을 철회하면서 "현재 투자는 어렵고 일회성 자금 400억원을 지원하며 새 투자자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쌍용차를 버리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진의를 파악해야하지만 당장 (마힌드라) 본사가 어려워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를 두고도 산은 측은 "특별히 밝힐 내용이 없다"면서 "지난 4월 발표와 비슷한 내용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독자회생 불가능… 산은 '지원 명분' 고심

    채권단인 산업은행은 마힌드라의 이러한 태도가 쌍용차 철수 의지인지 GM처럼 정부지원을 받겠다는 협상 전략인지 진위 여부를 파악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정부와 채권단은 독자회생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쌍용차를 두고만 볼 수 없는 처지다. 앞서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에 깊숙하게 개입한 데다 완성차업계의 경영악화는 하도급 업계로 연결돼 대규모 실업사태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각종 지원을 쏟는 이유가 '고용유지'에 있기 때문에 쌍용차사태를 외면하기는 어려운 처지다. 

    지난달 실업자 수가 127만8000명으로 전년대비 13만3000명 증가해 실업률이 3.5%에 달한 것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관련 통계가 나온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산은은 지금껏 대주주 고통분담 원칙을 중심으로 기업을 지원해왔다. 앞서 금호타이어, 한국GM, 두산그룹 등은 자산 매각 등 채권단이 납득할 만한 자구안을 낸 뒤에야 자금지원이 이뤄졌다.

    ◇ 40조 기안기금만 쳐다보는 쌍용차 

    현재로선 쌍용차가 기댈 곳은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자금 뿐이다. 

    앞서 정부는 항공, 해운 등 2개 업종을 기안기금으로 우선 지원하고 다른 업종은 부처간 협의를 통해 추가하기로 했다. 

    시점의 차이일 뿐, 기안기금에 완성차 업계가 포함될 것이란 관측은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최종 지원여부를 산업은행 산하의 운용심의위원회서 결정하는 만큼 또 다시 산업은행의 손에 쌍용차의 앞날이 달린 셈이 됐다. 

    쌍용차의 기안기금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쌍용차의 위기가 코로나19 때문에 비롯된 것인지 구분이 어려운 데다 기안자금으로 일시적인 자금 융통은 해결하더라도 자체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결국 문을 닫아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쌍용차를 재무적 관점에서 볼 것인지, 다른 파급효과까지 봐야할 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산업은행은 이달 안에 기안기금 지원을 목표로 이르면 이번주에 기업들을 대상으로 접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