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형식 걷어내고 '실용주의' 심어'선택과 집중' 전략, 포트폴리오 재편과감한 의사결정 쏟아내며 '뉴 LG' 목표 근접
  • ▲ 구광모 LG 회장. ⓒLG
    ▲ 구광모 LG 회장. ⓒLG
    구광모 LG 회장이 취임 2주년을 맞았다. LG그룹은 그간 구 회장의 '실용주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뉴 LG'를 위한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회장직 오르며 불필요한 절차와 관행 손절

    구 회장은 지난 2018년 5월20일 고(故) 구본무 회장의 타개로 같은해 6월29일 만 40세의 나이로 LG그룹의 총수가 됐다.

    별도의 취임식을 갖지 않고 회장직에 오른 구 회장은 가장 먼저 불필요한 절차와 업무 관행을 손봤다. 격식과 관행에 신경쓰다가 필요한 일에 역량이 집중되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취임 후 임직원들에게 '회장' 대신 '대표'로 불러 달라고 요청한 것을 시작으로 격식과 형식을 걷어낸 실용주의 문화를 조직 곳곳에 심어 나가고 있다.

    매년 강당에서 임직원 수백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됐던 LG그룹의 시무식도 올해는 이메일로 전달된 영상 메시지를 시청하는 '디지털 시무식'으로 대체했는데, 이 역시 LG그룹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LG의 이같은 변화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글로벌 LG 전체 구성원과 더 가깝게 소통하기 위한 것으로, 평소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적인 구 회장의 경영방식과 맥을 같이 한다.

    또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해 온 사업보고회는 하반기 1회로 축소하고, 분기별로 400여명이 참여하는 임원 세미나는 월별 100여명이 참석하는 LG포럼으로 간소화했다.

    실무자들의 불필요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늘어나는 젊은 직원들에 맞게 신속한 의사 결정이 이뤄지는 민첩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이다. 대신 구 회장이 직접 사업관련 내용을 담당 임원이나 직원들에게 연락해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뉴 LG' 목표 잰걸음

    구 회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에 따라 과감한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를 주면서 '뉴 LG'를 만들기 위한 행보도 이어가고 있다.

    구 회장 취임 후 LG그룹은 LG전자, LG화학, LG상사가 지분을 보유한 베이징 트윈타워를 1조3700억원에 매각했고, ㈜LG는 LG CNS 지분과 서브원 지분을 처분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선제 대응함과 동시에 현금까지 확보했다.

    사업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달 LG화학은 LCD 편광판 사업을 중국 업체에 11억달러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LCD 편광판 사업은 LG화학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지만,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LCD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시장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결국 철수 결정을 내린 것이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올 연말까지 국내 TV용 LCD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상태다. LG이노텍도 지난해 스마트폰용 기판 등 인쇄회로기판(PCB) 사업을 종료한다고 발표한데 이어 조명용을 중심으로 LED 사업도 점차 축소하고 있다.

    여기에 LG전자의 수처리 자회사와 LG유플러스의 전자결제 사업 등 그룹의 비핵심 사업과 자산을 매각함과 동시에 향후 미래 사업을 위한 투자와 M&A에도 속도를 냈다.

    구 회장 취임 첫 해인 2018년에는 LG전자의 로보스타 경영권 인수와 LG화학의 미국 자동차 접착제 회사 유니실 인수, 지난해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비전 인수와 LG화학의 미국 듀폰 솔루블 OLED 기술 인수, LG생활건강의 미국 화장품 회사 뉴에이본 인수 등이 차례로 진행됐다.

    또 LG전자와 LG화학 등 5개 계열사는 미국에 설립한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통해 인공지능(AI)과 로봇, 가상현실(VR), 바이오 분야 등 스타트업에 1900만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자했다.

    공유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라이드셀, 가상현실 플랫폼 서비스 스타트업 어메이즈브이알, 차세대 리튬 이온 배터리 관련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옵토닷 등 미래기술과 관련한 기업에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구 회장은 지난해 4월 미국 연구개발(R&D) 석·박사 인재 유치를 위한 'LG 테크콘퍼런스' 참석 차 미국 샌프란시스코 출장을 가던 길에 LG테크놀로지벤처스에 들러 운영현황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보기도 했다.

    최근에는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 부회장과 만나 LG화학 오창공장 생산시설을 둘러보며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미래차 사업을 위한 협력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들의 만남으로 LG와 현대차가 공동 출자한 합작사의 설립도 기대하는 분위기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은 구조조정, 각종 인수합병 등 과감한 의사결정을 구 회장 취임 2년 새에 쏟아내고 있다"며 "지난 2년 구 회장이 재계에 본격 데뷔전을 마치고 실질적인 '뉴 LG' 목표에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