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석 코레일 사장 기자간담회 코로나19로 상반기 6000억 적자…비용절감 한계조직 개혁만이 살길…12개 지역본부 통폐합 경평 '경고' 먹은 孫사장, 조직쇄신 '전화위복' 기회'50대·男·철도학교' 지배해온 코레일, 수평문화 정착될지 주목
  • ▲ KTX.ⓒ코레일
    ▲ KTX.ⓒ코레일
    올여름 고속철도 KTX가 찜통이 될 전망이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거라는 예보가 나왔지만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실내 온도를 1~2도(℃) 올리기로 해서다. 원인은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다. 열차 내 비치했던 손 소독제가 인화성이 높아 회수하면서 환기에 더 신경을 쓰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KTX가 핫해지면 수서발고속철(SRT)이나 프리미엄 고속버스 경쟁력이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나온다.

    코레일은 울상이다. 온도를 올려도 환기가 잦으면 냉방 효율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코로나19 여파로 비용 절감이 지상과제가 됐다. 연말까지 2000억~3000억원을 줄여야 한다.

    손병석 코레일 사장은 30일 국토교통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상반기 적자 규모가 6000억원에 이른다. 사회적 거리두기 당시 KTX 탑승률이 30%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수입 대부분을 운송수입으로 감당하는 처지에선 초비상이다. 연말까지 적자가 1조원은 넘지 않게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코레일이 비용 절감에 올인하는 이유다.

    문제는 비용 절감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손 사장은 "마른수건 쥐어짜기 식으로 경비를 줄이면 2000억~3000억원을 줄일 순 있겠으나 한계가 있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이후다. 손 사장은 "이미 우리 사회가 비대면사회로 한발 내디딘 상태"라며 "인원·물자 이동을 담당하는 코레일로선 새로운 경영환경에 접어들게 됐다"고 역설했다. 연간 1000억원의 영업적자에 운송수입이 10%만 줄어도 치명적이라는 얘기다. 손 사장에 따르면 연간 4조원의 운송수입 중 10%만 감소해도 총 적자 규모는 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손 사장은 "신차 구매 등 안전관련 비용을 줄일수도, 민간기업처럼 인력을 줄일 수도 없다. 후임 사장한테 떠넘기는 것도 정답은 아니다"면서 "용산 등 각종 개발사업을 통해 대응해 나가겠지만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결국) 내부 구조개혁을 통해 낭비 요인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여 경쟁력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하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 손병석 코레일 사장.ⓒ연합뉴스
    ▲ 손병석 코레일 사장.ⓒ연합뉴스
    손 사장은 지난 24일 인적쇄신을 위한 인사를 단행했다. 기획재정부 경영평가에서 '미흡'(D등급)을 받고 고객만족도조사 조작에 관여한 직원을 인사 조처하라는 주문이 있었는데, 손 사장에겐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부서장 등을 대폭 물갈이 한 코레일은 전국 12개 지역본부의 통폐합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손 사장은 "과거 철도청 시절 5개 지방청이 17개 지사를 거쳐 12개 지역본부가 됐다"면서 "사업소·정비단까지 포함하면 코레일 내 세부조직이 1000개를 넘는다"고 부연했다.

    손 사장은 "본사·지역본부·현장 모두 쇄신의 대상"이라며 "현장조직도 인력이 여유 있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불균형이 심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역본부 통폐합은 2~3가지 대안이 있다. 전격적으로 해야 한다"면서 "지역본부가 중소도시에 있어 통폐합 대상 지역은 사활을 걸 거다. 반응이 만만찮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행인 것은 코로나19가 손 사장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손 사장은 "개혁이 말처럼 쉽지 않다. 가시밭길일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노조가 벌인) 철도파업 등이 국민의 신뢰를 얻었는가, '50대·남성·철도학교' 출신이 지배해온 조직이 변화하는 시대상에 맞게 혁신을 보였는가를 심각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변화를 강조했다. 

    손 사장은 "노·사·전문가가 참여하는 조직문화혁신위원회를 만들었다. 실질적인 로드맵을 마련해 수평적 조직문화를 정착하겠다"면서 "노조도 지역본부 통폐합 등 구조개혁에 찬성한다. 코로나19로 촉발된 국민의 바람이 소이기주의를 극복하는 모멘텀이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손 사장으로선 뜻밖에도 코로나19가 해묵은 코레일 개혁의 멍석을 깔아준 셈이 됐다. 경영평가에서 기관장 경고를 먹은 손 사장이 코레일의 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 코레일.ⓒ뉴데일리DB
    ▲ 코레일.ⓒ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