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재-음극재 개발 본격화… 연 20%대 성장 기대3년간 연 1천억 이상 투자 계획 속 재무 부담은 숙제
  • ▲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 ⓒ포스코케미칼
    ▲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광양공장.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케미칼이 적극적 투자 기조로 국내 유일의 양극재·음극재 공급자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향후 연간 20% 안팎의 외형 성장이 점쳐질 정도다. 다만 '무차입 경영' 기조마저 깨고 잇달아 외부 자금 조달에 나서는 만큼 중기 재무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케미칼은 전기차 시대를 앞당길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 개발을 마치고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들어갔다.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NCMA 양극재는 기존 하이니켈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에 알루미늄을 첨가한 것이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는데 필요한 대용량 배터리 구현이 가능한데다 안정성과 출력을 높일 수 있어 각광을 받고 있다. 1회 충전시 500~600㎞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소재는 가격이 높고 변동성이 큰 희소금속인 코발트의 원가 부담을 줄여 배터리 가격도 크게 낮출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 확보에도 유리하다.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시장은 용량과 안정성이 높은 NCM 양극재와 출력에 장점이 있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로 나눠졌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두 소재의 장점이 융합된 NCMA 양극재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포스코케미칼 측은 "전기차에 사용되는 하이니켈 배터리에서 니켈 비중이 높을수록 용량은 늘어나지만, 망간과 코발트 비중이 줄어들면서 안정성과 출력이 낮아지기 때문에 니켈 함량을 80~90% 이상으로 높이는 데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NCMA 양극재는 알루미늄을 활용해 이런 한계점을 보완하고 니켈을 80% 이상으로 높여 배터리 용량을 대폭 늘렸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독자 개발한 알루미늄 도핑 공정으로 소재의 물리적 구조 내에 알루미늄을 균일하게 배열하고 표면코팅 기술을 적용해 출력과 안정성을 함께 향상시켰다.

    NCMA 양극재 개발과 상업생산을 시작한 것은 포스코케미칼이 처음이다. 기술개발과 상용화 준비를 서두른 것은 성장 잠재력이 있는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포스코케미칼은 과감한 설비 투자도 단행했다.

    전남 광양공장에 양극재 공장 2단계 연산 2만5000t 생산라인을 준공한 데 이어 전기차 배터리용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능력을 연 5000t에서 3만t으로 끌어올렸다. 연산 1만t 규모의 경북 구미공장을 포함하면 연산 4만t의 양극재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됐다.

    음극재 설비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배터리는 전해질에 있는 리튬이온이 음극재에 저장(충전)돼 있다가 양극재로 저장(방전)되면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방식이다. 음극재는 양극재, 전해질, 분리막과 함께 배터리 수명과 충전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소재다.

    중국, 일본 등이 독식하던 흑연 소재 음극 활물질 시장에서 포스코케미칼은 2011년 국산화하며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음극재 공급 30%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천연흑연계 음극재의 경우 세종1공장에서 2만2000t, 세종2공장 1단계 2만4000t 등 4만6000t을 생산하고 있으며 2공장 2단계 2만2000t 증설이 한창이다.

    뿐만 아니라 인조흑연계 음극재까지 국산화했다. 인조흑연계 음극재의 경우 천연보다 강도가 세고 소재를 원하는 대로 조성 가능해 가격대도 최고 두 배가량 높다.

    무엇보다 인조흑연계 원료인 침상 코크스는 제철소에서 쇳물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콜타르를 자회사 포스코피엠씨텍이 가공한다는 점에서 밸류체인도 강화할 수 있다.

    경북 포항시 블루밸리국가산업단지에 인조흑연계 음극재 1만6000t 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2023년 완공하겠다는 목표로 부지 매입 등이 이뤄지고 있다.

  • ▲ 포스코케미칼의 에너지 소재 부문 사업전략. ⓒ포스코케미칼
    ▲ 포스코케미칼의 에너지 소재 부문 사업전략. ⓒ포스코케미칼

    이 같은 공격적인 투자에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 분석 결과 포스코케미칼은 올해 매출 1조8397억원으로, 지난해 1조4837억원에 비해 23.9% 증가할 전망이다.

    이어 2021년 2조3641억원, 2022년 2조8207억원 등으로 외형이 매년 20%가량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도 2020년 923억원에서 2022년 1800억원 등으로 지속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종형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음극재는 사실상 국내에서 유일한 생산업체이고, 양극재 역시 연초 LG화학과의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해 증설물량에 대한 수요처 확보에 어려움이 없는 만큼 적어도 3~4년간 가파른 성장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관건은 공격적인 투자기조에 따른 재무 부담 관리다.

    포스코케미칼이 계획한 배터리 소재사업 부문 투자 규모는 2020년 1293억원, 2021년 2001억원, 2022년 96억원 등으로 3년간 3000억원을 상회한다.

    여기에 본업인 내화물 제조정비사업과 화성사업 등에 투입되던 경상적 지출 등을 감안하면 외부 차입조달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양극재를 생산하는 포스코ESM을 흡수합병해 포스코 계열 내에서 2차 전지 소재 부문을 전담하면서 사업역량 확보를 위한 투자자금 소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실제 지난해 '무차입 경영' 기조를 깨고 회사채를 발행한데 이어 지난달 또 다시 회사채를 발행했다.

    1분기 보고서를 보면 사채와 장기차입금을 포함한 비유동차입금 규모는 지난해 1분기 148억원에서 올해 4108억원으로 27배 이상 급증했다.

    전체 부채 규모도 2531억원에서 6823억원으로 4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최근 3년간(2017~2019년) 순이익 3378억원을 웃도는 수준의 부채가 더해진 셈이다.

    여기에 사상 두 번째 회사채 발행 분 2100억원까지 더해지면 재무안정성 저하는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에너지소재사업의 공격적인 투자기조로 영업활동현금흐름을 크게 웃도는 자본적 지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에너지소재의 가파른 외형 성장에도 사업 초기 단계의 높은 비용 부담 등으로 수익구조가 안정화되기까지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관련 투자계획의 진행 상황, 자금조달 방안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케미칼 측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2019년 610만대에서 2025년 2200만대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따라 양극재와 음극재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수요에 적기에 대응하고자 투자를 이어갈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