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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노조가 기내식 사업부 매각에 반대를 표하면서 자구안 이행에 차질이 초래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그동안 KCGI를 비롯한 주주연합과의 경영권 다툼, 송현동 부지에 대한 서울시의 갑질 사태에 노사가 적극 협력해왔지만, 이번 결정으로 노사간 균열이 초래될지도 관건이다.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지난 7일 오후 '기내식 사업부 매각 어림없다, 자산매각이 우선이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대한항공이 기내식과 면세점 사업부 매각을 위해 한앤컴퍼니에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하기로 밝힌 직후 일이다.
노조 측은 “지난 50년 동안 수많은 위기 상황에서 우리 조합원들의 고용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왔고, 이를 쟁취해왔다”며 “최근 투기펀드인 KCGI 권영권 찬탈 방어 및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의 행정 갑질에 대한 투쟁을 전개하며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노사 신뢰를 바탕으로 뼈를 깎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내식 사업부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가 있고, 유휴자산 매각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조합원들의 고용 불안을 심각하게 초래하고 있다”며 “선진 항공사 반열에 오르는데 일등공신인 조합원들을 길거리로 내몰려는 저급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구체적인 상황을 확인해보니, 노조의 입장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앞서 밝힌 것처럼 조합원들의 고용불안을 지적하고 있다. 기내식 사업부에 속한 대한항공 직원들은 230여명이며, 협력사 직원들은 2100여명에 이른다. 직접 고용된 조합원들의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
기내식 사업부의 지난해 매출은 910억원이다. 이는 인천공항에 취항하는 외항사에 판매된 기내식 매출이다. 자사에서 제공된 기내식은 별도 매출로 책정되지 않았고 면세도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자사 기내식 매출은 1200억~1800억원으로 추정된다.
기내식 사업부 이외에 추가로 다른 사업부를 매각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다른 직원들까지 고용불안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의 반대로 송현동 부지 매각이 무산된 것을 안타까워 했다. 이게 무산되지 않았으면 회사가 무리해서 기내식 사업부를 매각하지 않았을 것이란 원망을 쏟아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도 아쉬움을 드러냈다.
노조 관계자는 “자구안 이행 데드라인이 언제까지인지 모르겠지만, 시간적 여유를 주면 회사도 충분한 논의를 통해 자본확충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당장 첨예한 노사 갈등으로 확대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쌓아온 노사간 신뢰와 협력이 두터웠던 만큼 긴밀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원만히 해결될 것이란 관측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내식 사업부 직원들이 고용 관련해서 불안해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지난 7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기내식 사업 및 기내면세품 판매사업 매각 추진을 위해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에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했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내용을 이사회 보고 후 한앤컴퍼니와 매각 업무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향후 실사 등 구체적인 진행사항을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대한항공은 해당 사업 부문 직원들의 처우와 고용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노동조합과 긴밀하게 소통해 나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