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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영향으로 금융지주회사 실적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전년 수준과 비슷한 성적을 보여 모두를 놀라게 했다.
코로나 대비 충당금, 사모펀드 보상 등 일회성 요인만 없었다면 실적 고공행진이 이어졌단 평가다.
◆수천억 충당금에도 兆 단위 성적표
28일 업계에 따르면 신한·KB·하나금융지주는 상반기에만 1조 이상의 순이익을 남겼다. 우리금융만 전년 대비 실적 낙폭이 컸다.
먼저 신한금융은 올해 상반기 1조805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5.7% 감소했다.
실적 감소 원인은 충당금 때문이다. 코로나19 관련 선제적 신용손실 충당금으로 1806억원을 적립했다.
이와 함께 라임, 헤리티지 등 분쟁 상품에 대한 선제적 보상으로 2016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약 4000억원의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지만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확대로 충격을 최소화해 리딩뱅크 자리를 유지한 것이다.
상반기 신한금융의 이자이익은 3.1%, 비이자이익은 1.8% 성장했다.
역전을 노렸던 KB금융은 왕위 탈환을 하반기로 늦췄다. KB금융은 상반기 1조7113억원의 순이익을 남겼다.
신한과 차이는 단 942억원으로 하반기 실적 결과에 따라 충분히 역전이 가능한 상황이다.
KB금융 역시 미래경기전망을 반영한 충당금 2060억원을 적립했다. 은행이 1590억원, 카드 320억원 등 신한금융보다 보수적으로 하반기 상황을 내다본 것이다.
이 같은 뒷문 잠그기에도 불구하고 KB금융은 2분기에만 981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경쟁 금융회사가 사모펀드로 주춤한 사이 영업력을 집중한 결과다.
KB금융의 순이자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증가했고 수수료 이익도 2456억원 늘었다.
◆"형만 한 아우 있다"…위기 속 비은행 계열사의 호투
신한금융이 리딩뱅크 자리를 유지한 것도, 하나금융이 실적 상승세를 기록한 것 모두 비은행 계열사의 눈부신 활약 덕분이다.
신한금융의 주력은 신한은행이다. 하지만 신한은행은 전분기 대비 11% 감소한 성적을 기록했다.
대신 아우인 신한카드가 전분기 대비 11.5% 상승한 302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그룹에서 든든한 효자 노릇을 했다.
하반기 신한캐피탈과 영업 조정으로 할부금융과 리스의 영업이익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과 하나금융에선 증권사가 제대로 실력을 발휘했다. KB증권은 2분기 1502억원의 실적을 거두며 1분기 적자에서 벗어났다.
KB카드도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으로 1638억원을 기록하며 은행의 부담을 덜어줬다.
하나금융투자는 상반기 172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 성장하며 그룹 내 확고한 2인자의 모습을 보여줬다.
주식시장 호황으로 수수료 이익만 2153억원을 남겼다. 경쟁 증권사가 모두 사모펀드 관련 충당금을 쌓았지만, 하나금융투자는 상반기 36억원만 충당금을 적립하며 위험을 피해간 점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한편 이번 실적에서 우리금융은 비은행 계열사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비은행 계열사가 벌어들인 상반기 총 순이익은 1386억원에 불과하다. KB카드의 상반기 실적보다 적은 금액으로 은행의 짐을 덜어주긴 턱없이 부족했다.
비은행 계열사 중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룬 우리종금이 있다. 그러나 우리금융 지분율은 59.8%에 불과해 절반의 이익만 그룹 실적에 잡혔다.
지난해 신규 편입한 우리자산신탁 역시 상반기 202억원의 실적을 기록했지만, 우리금융지주의 지분율은 51%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금융지주가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여준 이유는 이전부터 준비한 비은행 계열사 강화 덕분”이라며 “아직 코로나19 경제 위기가 사그라들진 않았지만, 이번 실적으로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