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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이 자구안 이행을 위해 추진하던 송현동 부지 매각이 답보상태에 빠졌다. 박원순 시장의 사망 이후에도 공원화 계획은 변함이 없고, 서울시 눈치보느라 나서는 인수 희망자도 없어서다. 그나마 희망을 갖고 기다리고 있는 것은 국민권익위의 권고안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송현동 부지 매각의 실타래가 풀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30일 서울시와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제기한 서울시 송현동 부지 매각 방해 관련 민원의 권고안이 내달 12일쯤 나올 예정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개별 민원에 대한 진행 사항을 확인해 줄 수 없지만, 접수 이후 60일 이내에 권고안을 마련하게 돼 있다”며 “양측이 동의할 경우에는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양측이 기간 연장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8월 12일쯤 권익위가 권고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전현희 권익위원장이 새롭게 임명된 것은 권고안 내용과 시기에 있어 변수가 될 여지는 있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달 12일 권익위에 고충민원 서류를 제출했다.
당시 대한항공은 “서울시 행정절차의 부당함을 알리고 시정권고를 구하고자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냈다”면서 "서울시의 일방적인 공원화 사업 발표로 지난 10일 진행한 예비입찰에 모든 업체가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회사는 정부, 국책은행의 지원에 부응해 유휴자산 매각 등 유동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송현동 부지 매각은 핵심 자구책이지만 시의 일방적인 공원화 사업 계획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권고안이 법적 효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서울시의 부당함이 인정돼 일방적인 공원 지정 계획이 철회 또는 변경될 수 있는 가능성은 남아 있다. 서울시도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항공은 노심초사하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것 이외에 마땅히 대한항공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현재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항공 수요가 급감하면서 정부로부터 1조2000억원의 자금을 수혈받았고, 기간산업안정기금 1조원의 추가 지원도 필요할 만큼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다. 대한항공은 자금 지원을 받는 대신 2조2000억원의 자구안 이행을 약속했고, 송현동 부지 매각도 그 중에 포함됐다.
하지만 서울시는 송현동 부지를 사들여 공원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지난 5월에 밝혔다. 송현동 부지 비용으로 4671억원을 책정했다. 이는 시장의 평가액보다도 낮은 것은 물론 이 돈을 내년에 10%(467억원), 2022년에 나머지 90%(4204억원)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하루가 급한 대한항공은 이와 별도로 부지 매각을 진행했다. 지난 6월 10일 진행된 송현동 부지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는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당초 15곳 정도에서 관심을 표명했지만, 서울시가 매입 의사를 밝힌 이상 인허가 등의 문제를 고려할 때 사업 진행이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입찰 무산 이후에 송현동 부지 매각은 중단된 상태”라며 “권익위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서울시가 제값을 매겨서 제때에 돈을 지급한다고 하면 못 팔 이유가 없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서울시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도 계속해서 대한항공에 협의를 요청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설명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 사망 이후에도)송현동 부지에 대한 공원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타당성 조사 등 행정적 절차로 인해 매입 비용 지급은 내년에나 가능하다”며 “캠코, SH, LH 같은 공사가 우선 매입한 뒤 내년에 서울시가 재매입하는 방식도 검토 중이지만, 금액 부담이 커서 진척되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