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트럭·버스·트램 라인업 확대양산 채비 끝낸 현대차, 599㎞ 달리는 청소트럭 개발턱없이 모자란 충전소… 1곳 설치에 27억
  • ▲ 수출 선적 중인 대형 엑시언트 수소연료전기트럭 ⓒ현대자동차
    ▲ 수출 선적 중인 대형 엑시언트 수소연료전기트럭 ⓒ현대자동차
    # 서울 여의도에 사는 직장인 김 씨는 해외출장을 가기 위해 택시를 호출했다. 집 앞에 온 넥쏘에 몸을 싣고 인천공항까지 가는 길에 마주친 트럭은 수소로 가는 이른바 ‘달리는 공기청정기’ 엑시언트였다. 1시간 남짓 걸려 도착하니 막 충전을 끝내고 나오는 수소 버스가 운행 중이다.

    조만간 현실이 될 모습이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한국판 뉴딜 정책에 힘입어 ‘수소 시대’가 오고 있다. 승용차에 이어 트럭, 버스 등 상용차까지 본격 양산에 들어가면서 수소연료전기차의 대중화가 한층 앞당겨질 전망이다.

    개척자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자동차는 수소연료전기차 양산 체제를 마무리짓고 본격적인 ‘수소 전환’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승용차로 수소 생태계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성격이 짙었다면, 올해는 대전환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수소로 달리는 상용차는 의미하는 바가 크다.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술을 확보해서다. 장거리 화물 운송에 더 적합하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수소연료전기트럭은 순수 전기트럭보다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훨씬 길다. 충전 시간은 짧아 운휴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수소 연료탱크는 전기 배터리와 비교해 훨씬 가벼워 더 많은 짐을 싣고 멀리 주행하는 게 가능하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100㎞ 이상 거리를 운행하면 수소연료전기트럭의 운송 비용이 전기트럭 대비 싸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기술 혁신에 힘입어 2030년까지 전 세계에 300~400만대의 수소연료전기트럭이 보급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밖에 주행 중 오염물질 배출이 전혀 없고, 오히려 공기를 더 깨끗하게 만드는 ‘굴러다니는 공기청정기’ 역할도 할 수 있다.

    현대차의 대형 엑시언트 수소연료전기트럭은 34t급으로 환산 시 최고 출력 476마력을 발휘한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400㎞가량이다. 충전에 걸리는 시간은 8~20분으로 매우 짧다.

    현대차 관계자는 “1회 충전 주행 거리를 보면 수소연료전기트럭이 장거리 주행에 강점을 지녔다”며 “앞으로 디젤(경유) 엔진을 탑재한 상용차의 대안으로 빠르게 부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소를 연료로 활용하는 상용차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현대차는 1회 충전으로 450㎞를 달리는 버스에 이어 5t급 청소트럭 등을 만들고 있다. 청소트럭의 경우 한 번 충전에 599㎞까지 주행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수소연료전기버스 및 청소트럭 보급에 나섰다. 서울시 택시사업자인 대덕운수 등은 이미 넥쏘를 운영 중이다. 내년 3월에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인근 부지에 수소 충전 시설이 들어서고 수소연료전기버스가 다닐 예정이다.
  • ▲ 최근 문을 연 H 강동 수소충전소 ⓒ현대자동차
    ▲ 최근 문을 연 H 강동 수소충전소 ⓒ현대자동차
    다만 전반적인 충전 인프라 구축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한국환경공단이 운영하는 친환경차 종합정보 지원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수소충전소는 총 36곳에 불과하다.

    이 마저도 수리에 들어가거나 운영을 멈춘 곳이 있다. 일찌감치 ‘수소 사회’를 선언한 일본(110여 곳), 독일(80여 곳) 등과 견줘 크게 못 미친다.

    특히 가파르게 느는 수소연료전기차 판매를 감당하기도 버겁다. 지난 상반기(1~6월) 팔린 넥쏘는 지난해 동기(1546대) 대비 69.0% 늘어난 2612대에 달했다. 국내 누적 판매 대수는 7740대다.

    넥쏘를 몰고 있는 직장인 이모 씨는 “충전을 위해 안성 및 여주 고속도로 휴게소까지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도착한 뒤에도 2시간 넘게 기다린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수소충전소는 설치와 공사에 27억원가량이 들고 연간 운영비용으로 2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인프라 구축이 쉽지 않은 편이다.

    전기차와 비교해 1㎞를 가는 데 많은 비용이 드는 것도 문제다. 현재 수소 가격은 1㎏당 7000~8800원 정도로 넥쏘의 수소 연료탱크(6.33㎏)를 가득 채우려면 5만640원 정도가 든다. 1㎞를 주행할 때 쓰는 비용은 83원 정도다. 코나 일렉트릭의 경우 1㎞를 가는 주행 비용이 56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소충전소의 핵심 설비를 대부분 수입하고 있어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며 “다만 정부가 정책적 의지를 갖고 있고 연구개발(R&D)이 이어져 규모의 경제에 접어들면 보급 확산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