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상정부터 국무회의 의결까지 일사천리…과정·절차 생략전세매물 실종, 가격급등 부작용 속출…전셋값 이미 들썩임대·임차인 모두 불안, 法무력화 꼼수까지…4년후엔 월세난민?
  • ▲ '소급적용 남발하는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 전국민 조세 저항운동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데일리 DB
    ▲ '소급적용 남발하는 부동산 규제 정책 반대, 전국민 조세 저항운동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데일리 DB
    부동산 임대 계약기간을 2+2년으로 하고 갱신시 임대료 인상률을 5% 이하로 제한하는 임대차법이 31일부터 시행된다. 지난 27일 처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상정된지 단 닷새만에 법이 제정되고 공포·시행까지 이뤄지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주택임대차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개정안의 핵심인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세입자)이 추가 2년의 계약기간 연장을 요구할 수 있다. 임대인(집주인)은 자신이나 가족(직계 존비속)이 실거주하는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할 수 없다.

    또 전월세상한제는 2+2년 계약기간 갱신을 할때 임대료는 직전 계약금의 5%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상한률은 지자체장이 5% 이내에서 정할 수 있다.

    조례나 시행령도 아닌 법안이 닷새만에 상정과 시행을 모두 끝내는건 이례적인 일이다. 내달 4일 정기 국무회의를 예정하고 있지만 정부와 여당은 한시도 지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7월 국회에서 부동산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11월이나 돼야 처리가 가능하다"며 "그때는 너무 늦어 부동산시장 과열을 통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의 말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법처리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지적은 이어진다. 이해당사자에 대한 부작용 예측, 전문가 의견 수렴, 정부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 법시행에 따른 향후 예측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에서다.

    통상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법률안 제정은 공청회 개최, 정부 보고, 상임위 법안소위(최장90일) 등을 거쳐 여론을 수렴하고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국무회의 전 입법예고, 시행전 유예기간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최소 1년에서 2년가량 걸리는 과정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지방세 체납시 예금이나 급여를 압류처분할 수 없는 기준금액을 150만원에서 185만원으로 상향하는 지방세법을 국무회의 통과 당일 시행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내용은 법안이 아닌 시행령이었고, 당사자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내용이 아니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법안소위를 구성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심도있게 들었어야 했다"며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국민인데 어느 한쪽편만 드는 거대 여당의 폭거"라고 했다.
  • ▲ 7월4주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한국감정원
    ▲ 7월4주 전국 아파트 가격 동향ⓒ한국감정원
    전세실종, 전셋값 급등… 2년뒤 임대료 폭등 불보듯

    급하게 만든 법시행으로 당장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제일 먼저 전세 매물이 사라지고 그나마 나온 물건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한국감정원이 30일 발표한 7월 넷째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결과 매매값은 0.13%, 전셋값은 0.17% 상승했다. 전세가격만 보면 서울지역은 0.14%, 수도권은 0.18%, 5대 광역시는 0.13% 올랐다. 수도이전 이슈로 기대감이 높아진 세종은 매매값이 2.95% 급상승했고 전세값도 2.17% 올랐다.

    주요 택지지구 부동산 중개업소를 들여다보면 당장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수천만원 높인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전월세상한제 시행전에 미리 임대료를 높여놓겠다는 것이다.

    법시행을 피해가는 꼼수나 무력화시키는 방안도 화제를 낳고 있다. 지인이나 친인척을 이용해 허위 계약서를 꾸며 세입자를 내보낸 뒤 새 임대차 계약을 맺는 방법이나 세입자의 전세대출 동의를 해주지 않는 식이다.

    세입자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수년간 큰 갈등없이 전세로 살던 세입자들이 법시행 이후 집주인이 더 예민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임대차법 통과 이후 제 머릿속에 든 생각은 4년 뒤에는 꼼짝없이 월세살이겠구나였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임차인의 보호에는 공감하지만 그런 이유로 임대인의 부담을 늘리는 방식은 결국 임차인의 피해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며 "적어도 남의 인생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법을 만들때는 상임위 소위의 축조심의과정을 통해 임대인에 대한 인센티브나 임대차법 적용범위 등을 같이 논의했을 것"이라고 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계약직이 2년 이상 근무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간제법 시행 이후 얼마나 많은 계약직이 회사를 떠나야 했나"며 "후폭풍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법을 만들고 시행까지 해버리면 서민 주거문제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