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셋값 큰 폭 상승… 8월 이후 급등집주인-세입자 간 혼란·분쟁도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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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임대차법 시행으로 상당수의 세입자가 당장의 집 걱정을 덜었지만, 전세난이 전국으로 번지며 신규 세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7.32% 올라 2011년 이후 9년 만에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2019년 하반기부터 점차 오르기 시작한 전셋값은 작년 상반기 0.15∼0.45%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다가 새 임대차법이 통과된 7월 0.51%로 4년 8개월 만에 0.50% 넘게 올랐다.

    법이 본격 시행된 작년 8∼12월 0.69%, 0.81%, 0.71%, 1.02%로 상승률은 더 가팔라졌다. 새해 첫 달에도 1∼3주 누적 상승률이 0.75%에 달해 연초까지 전세 불안이 나타나는 형국이다.

    전세난은 서울을 시작으로 수도권과 지방으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에서는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가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8∼12월 강남 4구 전셋값은 5.33% 상승해 서울 전체 권역 중 가장 많이 올랐다. 작년 전체로 기간을 확대하면 상승률은 9.04%로 뛴다.

    강남 4구 이외 지역의 전셋값 상승세도 높다. 작년 8∼12월 동작구가 4.36% 오른 것을 비롯 마포구(4.21%)와 관악구(4.03%) 등이 서울 평균(3.52%)을 웃돌았고, 성동구(3.15%)와 성북구(3.12%), 노원구(3.01%) 등도 4개월 동안 3% 넘게 올랐다.

    수도권 전셋값은 지난해 8.45% 상승하면서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4개월간 5.08%로, 직전 8개월간 상승분을 압도했다.

    수도권에서는 경기도가 4개월간 5.80% 상승한 가운데 하남시(10.36%)를 비롯한 수원 권선구(10.27%), 광명시(9.40%), 용인 기흥구(9.12%), 고양 덕양구(8.01%) 등이 상승세가 가팔랐다. 같은 기간 5.93% 오른 인천에서는 연수구(12.77%) 전셋값이 가장 크게 뛰었다.

    지방의 전셋값 역시 수도권·전국과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수도 이전 논의가 있었던 세종이 작년 8월 이후 4개월 만에 38.39% 폭등한 것을 비롯해 같은 기간 울산(11.48%), 경남 창원(7.77%), 대전(7.54%), 충남 천안(6.95%), 부산(4.94%) 등 전국 대부분 지방의 전셋값이 크게 올랐다.

    전문가들은 작년 전셋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 매물 잠김 현상과 신규 계약 시 높은 임대료 요구 등 부작용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계약갱신청구권을 이용해 기존 주택에 2년 더 눌러앉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 전세 잠김 현상의 핵심 요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인터넷에 나온 전세 매물은 작년 8월 이후 급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해 1월 7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5만 890건이었으나 임대차법 개정 논의가 한창이던 작년 7월 19일에는 4만 417건으로 20.6% 급감했다. 법 시행 직후인 8월 1일 3만 7107건까지 감소한 전세 매물은 같은 달 16일에는 2만 9614건으로 줄어 다시 20.2% 감소했다.

    임대차 계약 과정에서 각종 혼선과 분쟁도 계속되고 있다.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히면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없만, 세입자가 다른 전셋집을 계약한 뒤에는 집주인이 다른 세입자를 알아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분쟁을 막기 위해 국토부는 다음달 13일부터 주택 매매 거래 시 중개사가 매도인으로부터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 여부를 확인하는 서류를 받도록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한편 임대차 계약 관련 분쟁과 상담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임대료 증액 및 계약갱신 관련 조정은 총 155건으로, 전년(48건)과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임대차법 관련 상담은 1만 1589건으로 전년(4696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